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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당겨 귀국한 김경… 경찰 미적대는 사이 증거인멸 끝냈나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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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당겨 귀국한 김경… 경찰 미적대는 사이 증거인멸 끝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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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천 헌금 파문] ‘美 도피 의혹’ 11일 만에 돌아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서울 강서갑) 의원에게 공천 헌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11일 저녁 미국에서 귀국했다. 김씨는 공천 헌금 문제를 상의하는 김병기·강선우 의원 대화 녹음이 공개되자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경 서울시의원이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지호 기자

김경 서울시의원이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지호 기자


김씨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 텔레그램을 두 차례 재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해놓지 않았다. 김씨를 비롯한 관련자 압수 수색은 김씨 귀국에 맞춰 이날 처음 진행했다.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12일 오전 귀국하겠다고 했지만 돌연 항공편을 변경해 11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검은 외투에 야구 모자를 쓴 김씨는 오후 7시 15분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경찰이 수사 중인 것을 알면서도 왜 출국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가족들과 오래전 약속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천 헌금 1억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느냐’ 등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하고 현장을 떠났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공항에서 김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김씨 주거지와 서울시의회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김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강선우(현 무소속) 의원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강 의원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도 압수 수색했다. 김씨가 건넨 돈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 강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 출신 남모씨 자택 등도 압수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 3명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에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죄, 청탁금지법 위반 등 3개 혐의를 동일하게 적시했다.

김경 서울시의원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공항을 빠져 나가고 있다./김지호 기자

김경 서울시의원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공항을 빠져 나가고 있다./김지호 기자


경찰은 이날 김씨를 공항에서 체포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입국 일정을 먼저 통보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다”고 했다. 김씨는 공항에서 곧바로 경찰의 압수 수색을 참관하기 위해 자택으로 향했다. 김씨는 이날 밤 자택 압수 수색이 끝난 직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로 이동해 조사를 받았다.

이번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두고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넸고,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낳은 강·김 의원 대화 녹음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녹음이 보도된 지난달 29일 관련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지만 경찰은 김씨가 출국한 지난달 31일에야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 배당했다.


2022년 5월 김경 서울시의원 후보의 유세를 돕는 강선우 의원. /강선우 의원 블로그

2022년 5월 김경 서울시의원 후보의 유세를 돕는 강선우 의원. /강선우 의원 블로그


김씨는 미국에 있는 11일 동안 텔레그램 탈퇴·재가입을 두 차례 반복했다. 카카오톡 계정도 재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김씨가 미국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교체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김씨가 강 의원 등 사건 관련자들과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을 파악하려면 김씨 휴대전화 단말기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의 늑장 수사로 핵심 단서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작년 10월 공천 헌금 의혹과는 별개의 사건으로도 경찰에 고발됐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김씨가 올해 지방선거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지원하기 위해 불교 신도 3000명을 당원으로 가입시키고 당비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석 달 만인 오는 13일에야 진 의원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하기로 했다. 진 의원의 고발 직후 김씨는 사용하던 PC 2대를 시의회에 반납했는데, 포맷이 돼 있어 증거를 없앤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1억 받은 혐의 강선우 의원실 압수수색  경찰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강선우 의원실에 들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강 의원의 집과 의원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 1억원을 받은 혐의다.

뉴시스1억 받은 혐의 강선우 의원실 압수수색 경찰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강선우 의원실에 들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강 의원의 집과 의원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 1억원을 받은 혐의다.


다주택 보유 등 자산가로 알려진 김씨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7월 법원 경매로 경기 양평군 강상면 임야 약 300평(991㎡)을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그해 5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의 종점을 종전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는데, 정부 발표 두 달 만에 호재성 뉴스가 있는 땅을 매입한 것이다.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전 기침하고 있다. /뉴스1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전 기침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김병기 의원이 아내 이모씨의 서울 동작구의회 업무 추진비 유용 의혹을 검찰이 내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보좌진에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관련자 증언도 나왔다. 앞서 김 의원 아내 이씨가 2022년 7~9월 동작구의회 조모 부의장의 업무 추진용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내사했던 서울 동작경찰서는 내사 석 달여 만인 2024년 8월 혐의가 없다고 보고 내사를 종결했다. 그런데 이후 검찰이 별도로 내사에 들어간 사실을 김 의원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 비서관을 지낸 A씨는 본지에 “(검찰 내사 사실을 알게 된) 김 의원이 보좌진들에게 ‘의원실 컴퓨터 등을 교체하라’며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일부 보좌 직원은 당시 김 의원 지시로 휴대전화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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