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초청으로 13~14일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이자, 다카이치 총리와는 지난해 10월 말 경주에 이어 두 번째 정상회담이다. 상대국을 교차 방문하는 셔틀외교가 안착되는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 9일 브리핑에서 한·일 정상회담 의제로 지식재산·인공지능(AI) 등 미래 분야, 초국가 범죄 대응과 인적 교류 등 민생 분야의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 정세에서의 한·일, 한·미·일 협력 문제도 다뤄진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도래인이 문화와 기술을 전파한 천년고도로, 양국 교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곳이다.
청와대는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 인도적 측면의 협력 문제를 다루겠다”며 조세이 탄광 사고 희생자 유해의 DNA 조사 등을 거론했다. 1942년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 해저 갱도가 붕괴돼 강제동원된 조선인 136명이 수장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 양국의 민간 조사로 인골 4점이 수습됐음에도 유전자 감식과 신원 확인에 미온적이다. 건드리지 않고 싶은 ‘과거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유해 발굴·송환은 적성국 간에도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다. 한·일관계가 적성국 관계보다도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일본이 사도광산·하시마 탄광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국에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도 분명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이 과거사 문제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공유하며 과거사 문제와 협력을 분리하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과거사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외면하고 넘어갈 사안은 결코 아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다음달 22일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일본 주장 독도 명칭)의날’ 행사에 “고도의 차원에서 판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행사에 파견하는 정부 인사를 차관급에서 각료급으로 격상할 것을 시사한 것에 대해 신중치 못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휘발성이 강한 과거사·영토 문제로 한·일관계를 망친다면 일본도 득이 될 게 없다.
한·일은 미·중 전략 경쟁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협력해야 할 현안이 많다. 어느 때보다 상호 왕래가 활발한 양국 국민들도 두 나라가 대립하던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양국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려면 일본은 ‘물컵의 반 잔’을 채우는 실천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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