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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의사가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 맨발로 걷는 이유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동아일보 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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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의사가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 맨발로 걷는 이유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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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 유제성 삐땅기의원성형외과 원장(73)은 섭씨 영하의 날씨인 가운데 아내인 문정희 삐땅기의원성형외과 대표와 함께 즐겁게 맨발로 걸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설치한 비닐하우스 덕분에 영하의 날씨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5년 전 걷기에 빠진 유 원장은 3년 전 맨발로 걷는 문 대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맨발 걷기를 접했고, 지금은 환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맨발 걷기를 권하고 있다.

유제성 삐땅기의원성형외과 원장이 1월 7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에서 맨발 걷기를 하다 포즈를 취했다. 유제성 원장 제공

유제성 삐땅기의원성형외과 원장이 1월 7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에서 맨발 걷기를 하다 포즈를 취했다. 유제성 원장 제공


“제가 걷기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을 때 아내가 맨발 걷기가 좋다며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오가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해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암에 걸린 사람들이 맨발로 걷고 좋아지는 사례를 지켜보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2022년이었다. 경기도 하남시 한강변 둑길에서 처음 맨발로 걸었다. 그는 걷는 도중 즉각적이고 강한 장운동을 경험했다. 유 원장은 “처음에는 일시적 현상으로 넘겼지만, 이후 강원도 속초시 해변에서 다시 맨발로 걸었을 때 동일한 반응이 반복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장소도, 환경도 달랐지만, 반응은 같았다. 몸이 특정한 조건에서만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고 했다.

유 원장은 맨발 걷기를 실행하며 그 효과에 대해 연구도 시작했다. 문 대표와 하나개해수욕장을 찾아 걷기도 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환자들이 회복되는 것도 직접 지켜봤다. 문 대표는 2024년 4월부터 ‘맨발 걷기 하나개힐링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맨발로 걷고 싶은 사람들이 쉬면서 숙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명 ‘아미사힐링하우스’로 불린다. 아미사는 ‘암을 이긴 사람들’의 약자다. 퇴계원 아미사힐링하우스는 496㎡(약 150평)의 비닐하우스로 겨울철 무료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공간이다. 겨울철엔 전국 곳곳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다.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 동아일보 DB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 동아일보 DB


맨발로 걸으면 지구와 우리 몸이 닿는다는 뜻의 접지(接地·Earthing)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몸에 30~60mV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맨땅을 만나는 순간 0V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시멘트나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고, 맨땅에서 해야 한다. 맨땅은 황톳길이 가장 좋다. 그리고 황톳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곳이 해변 바닷물이 촉촉한 모래사장이다. 흙길보다 3배 이상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유 원장은 고장면 대전 국립한밭대 교수(65·화학생명공학과·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 소장)와 함께 맨발 걷기에 대해 연구해 지난해 결과를 발표했다. 유 원장은 멜라토닌에 주목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뇌를 자극해 우리 몸의 전자 구조를 정상화하게 만듭니다. 멜라토닌이 생성되는데 이 물질이 하는 역할이 큽니다. 멜라토닌은 뇌에서도 생성되고, 말초 신경에서도 생성됩니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 안에 비정상인 것을 정상화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합니다. 망가진 DNA(염색체)를 고치고, 활성산소를 중화시킵니다. 암 같은 세포 변이도 정상화합니다. 그래서 암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잠도 잘 자게 해주죠.”

고장면 대전 국립한밭대 교수가 1월 7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에서 맨발 걷기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고장면 대전 국립한밭대 교수가 1월 7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에서 맨발 걷기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유 원장은 “멜라토닌도 에너지원이 없으면 활성화가 잘 안 되는데 걷는 것 자체로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ATP(Adenosine Triphosphate·아데노신 삼인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맨발 걷기 하나로 여러 효과를 볼 수 있다. 맨발로 많이 걸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사실 유 원장은 걷기를 먼저 연구했다. 그가 우연히 만난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면서 걷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 5년 전이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걸어야 한다고 많은 사람이 강조했고, 많은 사람이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전 ‘걷기가 뭐 그렇게 특별한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때 말기 암 환자를 만났죠. 그를 어떡하든 도와주고 싶어서 걷기 관련 세미나를 하게 됐고, 공부하면서 걷기가 사람에게 엄청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매일 함께 걸었고, 그 환자도 완쾌됐죠. 시한부 3개월 선고받은 환자였습니다. 기적이죠.”

유제성 원장(오른쪽)과 문정희 대표가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유제성 원장 제공.

유제성 원장(오른쪽)과 문정희 대표가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유제성 원장 제공.


유 원장은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 걸으면 되는 걷기는 돈 안 드는 최고의 운동”이라며 “그 효과도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걷기가 우리 몸을 회복 시켜줍니다. 걸으면 체내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돼 에너지원인 ATP가 생성됩니다. 한의학에선 기, 신체를 하나의 전자 기기로 보면 전력인 셈이죠. 우리 몸은 ATP가 없으면 고장이 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근육이 많은 곳에 더 많이 분포돼 있습니다. 우리 몸의 하체에 근육이 75%가 있죠. 하체를 활성화하면 미토콘드리아도 크게 활성화돼 ATP 양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걷기가 좋은 것입니다.”


ATP는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체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유기물 수프라고 불리는 ATP는 태고의 지구에서 최초의 세포가 탄생했을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유지되는 에너지 대사의 기본 단위이다. 동물과 식물, 미생물, 심지어는 바이러스까지도 동일하게 ATP를 사용한다. 유 원장에 따르면 ATP는 우리 몸 망가진 부분을 재생하는 역할도 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이 포즈를 취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이 포즈를 취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다만 유 원장은 과격한 운동보다는 적당한 중강도 운동을 강조했다.
“고강도 운동은 순간적인 성취감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고갈과 회복력 저하를 부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중강도의 지속적인 걷기는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생산을 촉진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유 원장은 지금까지 20시간 동안 100km를 걷는 개인 이벤트를 3회 하는 등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2022년엔 (재)한국걷기연맹 총재를 맡아 다양한 걷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즈음 맨발 걷기에 빠진 문 대표를 따라나섰다가 맨발 걷기도 실행하며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 원장은 매일 걷고 있으며, 맨발 걷기도 주 3회 총 5시간 이상 하고 있다.

맨발 걷기가 성형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혈압이 높으면 피가 많이 나와 수술 결과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피가 많이 나오면 얼굴이 붇고 멍도 많이 들죠. 맨발로 걸으면 혈압이 정상화됩니다. 꼭 수술 때문 만이 아니라 혈압도 떨어뜨리고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걸으라고 권유합니다.”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 를 운영하고 도와주는 사람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문정희 삐땅기의원성형외과 대표다. 동아일보 DB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 를 운영하고 도와주는 사람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문정희 삐땅기의원성형외과 대표다. 동아일보 DB


유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이지만 건강에도 관심이 많았다. 동생인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유제명 전 한국생명운동본부 원장(70)과 늘 함께 고민했다. 동생은 이상구 한국생명운동본부 대표와 함께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유 원장이 걷기 및 맨발 걷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배경이다.

유 원장은 18세인 1971년 브라질로 이민갔다. 브라질리아 국립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성형수술의 왕’ 고 이부 삐땅기(Ivo Pitanguy) 박사 밑에서 수학했다. 1989년 한국으로 돌아와 스승의 이름을 딴 병원을 개원했다.

할리우드 스타와 세계적인 재벌 등을 수술하던 삐땅기 박사는 1961년 대형 화재를 계기로 수백 명의 환자에게 무료 재건 수술을 시행하면서 성형수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성형 수술이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의술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외모로 인해 위축되고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수술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평생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무료 수술도 멈추지 않았다. 유 원장도 스승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 언청이 등 기형 환자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오고 있다.

이부 삐땅기 박사. 사진 출처=호르날 두 브라질

이부 삐땅기 박사. 사진 출처=호르날 두 브라질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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