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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짜리 헬멧, 하루에 20시간씩"···요즘 부모들, 아기 머리에 이러는 이유는

서울경제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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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짜리 헬멧, 하루에 20시간씩"···요즘 부모들, 아기 머리에 이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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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머리 모양을 교정해 준다는 두상 교정 헬멧이 개당 200만~300만원에 이르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확산되며 사두증 진단과 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자세 교정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어, 전문가들은 비용 부담과 불안 마케팅에 앞서 정확한 원인 감별과 전문의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사두증 진단 환자는 2024년 1만100명으로, 2010년(409명)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두상 교정 헬멧과 베개 등이 알려지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고, 진단 환자의 99%는 5세 미만 영유아였다.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불안이 시장을 키운 셈이다.

두상 변형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자세성 사두증이다. 아기가 한 방향으로만 누워 있거나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서 머리 한쪽이 반복적으로 눌려 생긴다. 머리 좌우 대각선 길이 차이가 6~10㎜ 이상이면 치료를 고려하고, 뒷통수가 전반적으로 눌리는 단두증은 두상 비율이 85~90% 이상일 때 교정 대상이 된다.

하지만 경미한 경우에는 치료 없이도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사례가 많다. 아이를 눕힐 때 머리 방향을 자주 바꾸고, 깨어 있는 시간에 엎드려 노는 ‘터미 타임(Tummy Time)’만 늘려도 개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원인 감별 없이 헬멧부터 선택하는 경우다. 일부 부모는 병원 진료를 거치지 않고 민간 교정 센터에서 바로 상담을 받거나, 미용 목적만으로 개당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헬멧 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유명 연예인 자녀의 헬멧 착용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됐다.

헬멧 교정 효과는 생후 3~6개월 이전에 가장 크고, 늦어도 15개월 이전에 시작해야 의미가 있으며 하루 평균 20시간 이상 착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는다. 정수진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보통 두상 교정치료가 가능한 사두증과 단두증은 특별한 이유 없이,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여 일어나는 변형인 자세성 사두증과 단두증이다”라며 “그러나 같은 형태의 두상 이상이어도 병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두상 이상의 경우 교정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병적 원인이 두개골 조기 유합증이다. 두개골 봉합선이 정상보다 빨리 닫히는 희귀질환으로, 출생 2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이 경우 단순한 머리 모양 문제가 아니라 뇌 성장과 두개내 압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선천성 근성사경이다. 목 근육(흉쇄유돌근)이 짧아져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질환으로, 아이가 한 방향만 보게 되면서 사두증이 심해질 수 있다. 이 경우 헬멧보다 물리치료가 우선이다. 실제로 선천성 근성사경의 85~90%는 물리치료만으로 호전된다.


정 교수는 “사두증·단두증이 있어도 머리 둘레가 연령에 맞게 자라면 뇌 발달 이상이나 좌우 뇌 발달 차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만 두상 교정을 원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다른 원인과 동반 질환 여부를 확인한 뒤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에 과도하게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헬멧 치료는 생후 3~15개월 사이에 효과가 크지만, 이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다.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아니다.

결국 핵심은 머리 모양 그 자체보다 왜 변형이 생겼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일이다. 불안한 마음에 헬멧부터 찾기보다, 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소아재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아이에게 가장 안전한 첫 선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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