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46주차 > 끝이 보이는 육아휴직, 복직 전 면담
1년 전 새끼 고양이만 봐도 울던 아이가 이젠 친구네 대형 고양이 앞에서도 당당하게 대적할 정도로 컸다. 새삼 육아휴직 1년이 거의 다 지나간 게 와닿는다. /사진=최우영 기자 |
52주로 예정된 육아휴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뭔가 제대로 한 것도 없이 1년이 사라진 느낌이다. 그나마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건 휴직 이후 매주 써온 육아휴직기 부제목의 '주차', 휴대폰의 내장 AI(인공지능)가 보여주는 1년 전과 최근 아기 사진의 차이 정도다.
주변의 휴직 경험자들은 복직 직전에 회사를 찾아가 면담하는 게 필요하다고 알려줬다. '월요병'을 완화하기 위해 일요일에 출근하라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휴직기간에 회사에 찾아가라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그래도 일단 경험자들의 말을 듣고 비교적 신문사가 여유로운 금요일 오후에 회사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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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돌려줘" 고성도 오간다는 '복직 전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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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을 가기 전 워낙 흉흉한 다른 회사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보통은 '한직 발령'을 통보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한 제조업 중견기업의 사무직 친구는 육아휴직이 끝난 뒤 집에서 3시간 거리의 현장으로 발령 낸다고 '통보'를 받았다. 육아휴직 복직자를 성과 내기 어려운 자리로 돌리는 탓에 상사와 싸웠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복직 전 면담은 상사와 휴직자가 서로 '기대치'와 '현실'을 주고 받는 눈치싸움 내지 기싸움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상사는 부서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직자가 '즉시 전력감'인지 떠본다. 복직자는 육아를 위해 자신이 쓸 수 있는 또 다른 카드가 가능할지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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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면담을 가기 전 워낙 흉흉한 다른 회사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보통은 '한직 발령'을 통보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한 제조업 중견기업의 사무직 친구는 육아휴직이 끝난 뒤 집에서 3시간 거리의 현장으로 발령 낸다고 '통보'를 받았다. 육아휴직 복직자를 성과 내기 어려운 자리로 돌리는 탓에 상사와 싸웠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복직 전 면담은 상사와 휴직자가 서로 '기대치'와 '현실'을 주고 받는 눈치싸움 내지 기싸움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상사는 부서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직자가 '즉시 전력감'인지 떠본다. 복직자는 육아를 위해 자신이 쓸 수 있는 또 다른 카드가 가능할지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예를 들어 어떤 복직자들은 복직 예정일에다 올해 새로 발생한 연차를 붙여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면담 첫 대화에선 항상 '복직 예정일'을 확인한다. 회사 시스템에는 복직 예정일이 기록돼 있겠지만 보통 인사팀에서나 알고 있을 뿐이다. 같이 일해야 할 현업에서는 휴직자의 복귀 일정을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일부 복직자들은 하루 1~2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나 '출퇴근 시간 유연화제도'를 사용 가능한지 확인할 때도 있다. 또 복귀할 때 기존 부서로 돌아갈지 아니면 새로운 업무를 맡을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휴직기간 중 새로운 인력이 배치된 경우 업무를 어떻게 조정할지 이야기할 수도 있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올 때는 '육아 환경'에 대해 물어보는 회사들도 많다. 아이를 봐줄 조부모가 인근에 있는지, 시터를 고용하는지 등에 따라 복직하는 직원의 업무 지속성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남성보다는 주로 여성에게 이러한 질문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이 모든 면담 내지 대화의 끝은 결국 '복직자가 다시 일할 준비가 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복직자를 변수(Variable)가 아닌 상수(Constant)로 놓고 인력운용 계획을 짜고 싶어 한다. 복직하려는 이는 이러한 회사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말하고,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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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대신 '훈훈'했던 실제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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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이 애를 키우다 보면 육아휴직 당사자도 복직 날짜가 언제인지 잊어버리게 된다. 오랜만에 뒤져본 휴직신청서를 통해 언제부터 다시 출근해야 하는지 겨우 파악했다. /사진=최우영 기자 |
다행히 실제로 진행한 면담은 다른 회사의 사례들과는 전혀 달랐다. 오랜만의 안부를 묻고 건강은 괜찮은지, 복직 이후 어떤 업무를 원하는지 등을 가볍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복직 시기보다 조금 앞서 '인사 시즌'이 있기에 "조기 복귀를 원하느냐"고 오히려 회사에 물었다. "육아휴직기간 다 채워서 쓴 뒤에 복귀하라"는 답을 받았다.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는 머니투데이의 문화는 여전했다. 면담 전 가졌던 긴장이 무색해졌다.
사실 몇 년 전까진 육아휴직이 끝나면 복직해 반년 동안 회사에 다닌 뒤 사표를 내는 경우를 종종 봤다.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 제도 때문이었다. 육아휴직기간에는 휴직급여의 75%만 매달 지급하고 나머지 25%는 따로 적립했다가 복직하면 6개월 뒤 일시불로 주는 제도였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바로 퇴사하는 걸 막게 하려는 제도적 장치였다.
이 제도는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가뜩이나 쥐꼬리만한 육아휴직급여를 분할 지급해 생계가 곤란해진다는 비판이 많았던 탓이다. 휴직기간이 끝난 뒤 '최소 6개월'은 일한다는 법칙이 깨졌다. 그래서 오히려 휴직자보다 회사가 더 불안한 입장에 놓이는 측면도 생겼다.
그저 "복직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밥약속, 술약속을 몇 개 잡고 회사를 떠났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달력 앱에 약속을 적어넣다 보니 복직한다는 게 슬슬 실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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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겠다" 답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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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혼자서 일어나지 못해 주로 누워서 뒹굴거리던 2025년 1월의 딸. (오른쪽)엄마 신발을 신은 채 아빠 방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가는 2026년 1월의 딸.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1년 내내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소중하다. /사진=최우영 기자 |
복직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한 게 거짓은 아니다. 그런데 만약 가능하다면 일하지 않고 아이 옆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1년 동안 아이가 부쩍 자라는 걸 눈앞에서 지켜본 경험은 정말 경이로웠다. 매일 딸을 끼고 살며 만든 애착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즐거움이 됐다.
하지만 아이를 더 잘 키우려면 월급이 필요하다. 그나마 월 160만원씩 나오는 육아휴직급여도 12개월까지 받으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복직해서 열심히 일해야 아이 입에 귤 하나라도 더 넣어줄 수 있다.
오래전 온라인에서 본 건설근로자의 그림이 떠오른다. 안전모를 쓰고 벽돌을 양손 가득 든 모습이었다. 그가 자신의 아이에게 전하는 말이 그림 밑에 붙어 있었다.
"벽돌을 들고 있어서 널 안아줄 수가 없어. 벽돌을 내려놓으면 널 키울 수가 없어."
비단 이 벽돌공만의 사연은 아닐 것이다. 일해서 먹고사는 수많은 사람에게 있어 '자녀와의 교감'과 '근로 시간'은 제로섬 게임이다. 그래서 지난 1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잠시 벽돌을 내려놓고 아이를 안아줬던 시간이 더욱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얼마 남지 않은 휴직기간 동안 보다 많이 아이를 안아주고 싶다. 나중에 벽돌을 나르러 가더라도 아이의 품에 더 오랫동안 아빠의 온기가 남아있으면 좋겠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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