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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그린란드 5만명에 최대 1.4억씩 살포 검토… 주민들 “우리가 물건이냐”

조선일보 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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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그린란드 5만명에 최대 1.4억씩 살포 검토… 주민들 “우리가 물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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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서 6%만 편입 찬성
“美도 덴마크도 침략자일 뿐”
덴마크는 “매입, 터무니없어”
2025년 3월 15일 그린란드 누크에서 열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국민의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그린란드 시민들이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2025년 3월 15일 그린란드 누크에서 열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국민의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그린란드 시민들이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만7000여 그린란드 주민 전원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8일 보도했다. 1인당 1만~10만달러(약 1454만~1억4540만원)를 일시불로 주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력이라는 ‘채찍’과 현금이라는 ‘당근’으로 판을 흔들어 그린란드를 분리·독립시킨 뒤 자국 영향권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금 지급 방안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최근엔 논의가 훨씬 구체적이고 진지해졌다”며 “총 60억달러(약 8조7000억원)를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그린란드인은 이 같은 미국의 ‘매입 방침’에 모욕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주민 미아 켐니츠는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아니다. 그린란드인들은 미국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린란드 신문 세르미치아크의 마사나 에게데 편집장은 “그린란드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며 “가볍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 역시 미국의 ‘현금 매입’ 논의는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월 그린란드 주민 49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덴마크에서 분리 후 미국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린란드 독립 찬성 여론도 56%나 됐다. 그린란드 북서부 카나크에 사는 이누이트 사냥꾼 알레카치아크 피어리는 현 논란에 대해 “한 주인에서 다른 주인으로, 한 점령군에서 다른 점령군으로 바뀌는 것뿐”이라면서 “우리는 덴마크의 식민지로, 이미 덴마크 정부 아래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 했다.

미국은 이처럼 덴마크를 ‘제국주의 침략자’로 보는 원주민들의 기본 정서를 적극 파고들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미국이 그린란드에 공작원들을 보내 분리·독립 운동을 부추겼다는 ‘여론 공작’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린란드 최대 야당 날레라크의 펠레 브로베르 당수는 다음 주 미국과 덴마크·그린란드 회담을 두고 “덴마크 없이 미국 정부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며 “덴마크가 중간에 끼어서 문제”라고 했다. 작년 총선에서 25%를 얻은 날레라크는 그린란드 독립과 미국과의 방위 협정 체결을 주장한다.


2025년 3월 6일 그린란드 누크 눈덮인 마을 전경./AFP 연합뉴스

2025년 3월 6일 그린란드 누크 눈덮인 마을 전경./AFP 연합뉴스


그린란드가 독립한다 해도 당장 미국 편입엔 거부감이 클 수 있기 때문에, 마셜제도나 팔라우 등 태평양 도서국과 맺은 방식의 자유연합협정(COFA)을 미국과 그린란드가 체결하거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준회원국이 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이러한 방식도 결국은 미국의 직접 영향권 안으로 편입되는 결과가 된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군사력 동원’ 언급은 현금 매입이나 분리·독립 방안이 좀 더 온건하고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거래의 기술’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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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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