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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수고하셨습니다”…美 의회에서 한국말 뽐낸 미국 의원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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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수고하셨습니다”…美 의회에서 한국말 뽐낸 미국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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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누나,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 수고 많이 하세요."

8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하원 본회의장. 딱딱한 의사 진행이 이어지던 도중 마이크를 통해 또박또박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갑작스러운 제2 외국어의 등장에 본회의장에 있던 동료 의원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발언자를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기도 했다.

한국계 공화당 영 김(Young Kim·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의 한국어 본명 ‘김영옥’을 언급하며 “누나, 수고하셨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발언을 한 주인공은 한국계 의원이 아니었다. 파란 눈의 백인 남성, 공화당 소속 블레이크 무어(Blake Moore·유타) 의원이었다.

무어 의원은 이날 의장석에서 발언을 마치고 내려오던 김 의원을 향해 한국 호적 이름인 ‘김영옥’을 부르며 “누나(Nuna)”라고 칭했다. 미국 의회에서 백인 의원이 본회의 도중 동료 의원을 ‘누나’라고 부르는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공화당의 블레이크 무어 하원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공화당의 블레이크 무어 하원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무어 의원의 한국어 ‘개인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인사를 마친 뒤, 동료 의원에게 영어로 “봤어?(Take that!)”라고 농담을 던졌다. 마치 “나는 이렇게 한국어로 멋지게 인사할 수 있다”고 으스대듯 유쾌한 농담을 한 셈이다.

그가 김 의원을 ‘누나’라고 부른 배경에는 실제 나이 차이와 한국식 위계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다. 유타주 제1선거구를 지역구로 둔 무어 의원은 1980년생으로, 1962년생인 김 의원보다 18살 아래다. 그는 평소 의회 내에서도 한국계 의원들과 가깝게 지내며, 한국식 호칭인 ‘누나’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정도로 친분을 과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 의원이 유창한 한국어 발음을 뽐낼 수 있었던 건 그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그는 대학 시절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선교사로 파송되어 서울에서 2년간 거주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도 대표적인 ‘지한파’로 통한다.

그는 자신의 의원 공식 프로필 ‘언어(Languages)’란에도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명시해 뒀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 입문 전에는 미 국무부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아시아 관련 업무를 맡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무어 의원은 의회 입성 후에도 한국계 의원들과 각별한 사이로 지내며, 한국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동료 의원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자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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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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