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인사청문회까진 지켜봐야죠…"
최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이 후보가 2017년 당시 의원실 인턴에게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네 머리는 판단하는 머리가 아니다" 등의 폭언과 고성을 쏟아낸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다. 보수정당 국회의원 시절에 있었던 일이지만 이 후보가 현 정부 장관으로 지명되자마자 불거진 논란에 집권여당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는 이념과 가치만큼이나 문화적 차이가 확연하다. 민주당에는 이른바 '형(누나)·동생' 문화로 불리는 특유의 공동체 정서가 있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부터 형성된 문화다.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서로를 형(누나), 동생이라고 부르면서 뭉쳤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을 배출하기 전까지 술 한잔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비주류의 설움을 씻었다. 동지적 관계를 넘어서는 가족의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동생은 형을 따르고, 형은 동생을 끌어주며 웬만한 허물은 감싸주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과거에 비해 숫자가 줄긴 했으나 민주당에서 보좌관 출신 의원들이 꾸준히 배출되는 것도 '형·동생' 문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관료와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비율이 높고 엄격한 상하 관계 탓에 보좌진에 좀처럼 국회 입성 기회가 열리지 않는 보수정당과는 다른 문화다. 22대 국회의 보좌진 출신 민주당 의원은 30명에 달한다. 국민의힘(7명)과 견줘 4배 이상 많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도 보좌진 출신이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턴에게 야멸찬 말을 쏟아낸 이 후보를 바라보는 민주당 '형·동생'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물론 의원의 스타일은 진영이 아닌 개인의 문제에 가깝다. 지난해 7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민주당 출신 강선우 의원이 보좌진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게 일례다.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특수하다. 동지적 관계이면서 동시에 명확한 상하 관계다. 관계 설정에 뚜렷한 정답은 없다. 의원 개인 스타일이나 몸담고 있는 진영의 문화에 따라 의원실이 운영된다. 이 후보를 둘러싼 논란에는 개인 캐릭터뿐 아니라 두 진영의 정서적 차이도 반영돼 있다. 모자이크 정부를 꿈꾸는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실험'에 여당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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