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흑인 목숨은 소중’ 촉발한 미네소타서 이민자 단속 요원 총에 30대 여성 사망

조선일보 뉴욕=윤주헌 특파원
원문보기

‘흑인 목숨은 소중’ 촉발한 미네소타서 이민자 단속 요원 총에 30대 여성 사망

서울맑음 / -3.9 °
‘차에서 내리라’ 요구 불응하다 참변
시민 수천 명 밤까지 反트럼프 시위
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30대 백인 여성이 이민 당국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AP 연합뉴스

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30대 백인 여성이 이민 당국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AP 연합뉴스


2020년 미국을 휩쓴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의 진앙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7일(현지 시각) 30대 여성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벌이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일부 시민이 “과잉 진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BLM 사태와 같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혼다 SUV 차량이 눈 덮인 주택가 도로에서 여러 차로에 걸쳐 가로로 선 장면이 나온다. 이어 한 픽업트럭이 길을 가로막은 이 차량 앞에 멈춰 선다. 트럭에서 내린 ICE 요원 두 명이 “차에서 내리라”고 말하며 해당 차량에 접근했고, 그중 한 명이 차 문을 열려고 했다. 순간 혼다 차량은 급히 후진했다가 방향을 바꿔 다른 요원이 서 있던 쪽으로 전진했다. 요원은 차량이 자신을 향해 움직이자 운전석을 향해 총을 세 발 발사했고, 총에 맞은 운전자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EPA 연합뉴스 희생자 추모하는 시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30대 여성이 숨진 7일, 사건 현장에 조성된 임시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네소타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고강도 이민 단속에 대한 반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희생자 추모하는 시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30대 여성이 숨진 7일, 사건 현장에 조성된 임시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네소타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고강도 이민 단속에 대한 반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 정부에 따르면 사망한 운전자는 미국 시민권자인 백인 여성 르네 구드(37)로, 시위 현장 등에서 공권력 행사의 적법성과 참가자의 권리 침해 여부를 중립적으로 관찰·기록하는 ‘법률 감시인(legal observer)’이었다고 한다. AP는 구드가 세 아이의 어머니였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사건 영상을 봤다. 여성은 명백히 전문 선동가였으며,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요원을 차로 치었다”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는 급진 좌파가 법 집행관과 ICE 요원을 표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요원은 자신과 동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훈련한 대로 행동했다”고 했다. 반면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헛소리”라면서 “권한을 무모하게 사용한 요원의 행동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사건은 이번 주부터 연방 당국이 2000여 명의 요원을 미니애폴리스에 투입해 불법 이민자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미네소타주에서는 최근 소말리아계 이민자들이 정부의 복지 지원금을 대규모로 횡령했다는 스캔들이 불거져 약 100명이 기소됐다. 정부는 이를 빌미로 미국 내 대표적 진보 도시인 미니애폴리스에서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사건 현장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장소에서 불과 1.6㎞ 떨어진 곳이다. ICE 활동이 강화되는 데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장 인근에서는 수천 명이 밤늦게까지 구드를 추모하며 “ICE는 당장 이곳을 떠나라” “우리는 ICE가 필요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

[뉴욕=윤주헌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