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전략적 선택" vs 업계 "기술 한계 우려"
정부, 15일까지 AI '옥석 가리기'…"면밀히 검증"
과기정통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가한 네이버클라우드의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가 중국 모델의 기술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독자 개발 AI의 기준 확립에 대한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우지수 기자 |
[더팩트|우지수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1차 심사를 앞두고 개발 독립성을 둘러싼 기술 논쟁이 번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네이버의 AI 모델이 중국 기술을 일부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체 개발 AI 모델'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방의 핵심은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의 기준이다. 프롬 스크래치란 AI 모델을 개발할 때 기존에 공개된 모델을 가져와 다듬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과 모델 아키텍처 설계 및 학습 등 모든 과정을 기초부터 직접 개발하는 방식을 뜻한다.
논란의 불씨는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 게재된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롬 스크래치 검증 프로젝트'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한 5개 기업(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NC AI)의 AI 모델을 분석한 결과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모델에 적용된 일부 기술이 중국 알리바바의 '큐웬(Qwen)'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모델의 '비전 인코더 가중치'가 큐웬 2.5 비전 인코더와 99.51%의 코사인 유사도를 보였다. 비전 인코더는 외부의 시각 정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 가중치는 AI가 학습을 통해 얻은 지능이나 지식을 숫자로 표현한 값이다. 코사인 유사도가 99%라는 것은 두 모델의 인코더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학습된 지능까지 유사하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이번 사안을 두고 기술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모든 기술을 바닥부터 새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검증된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을 활용해 실용적인 혁신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 현장에 마련된 네이버클라우드 부스에 방문객들이 AI 모델을 시연해보고 있다. /우지수 기자 |
네이버 관계자는 "자사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사고와 정체성을 담당하는 두뇌로 이 핵심 엔진은 프롬 스크래치 단계부터 100%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며 "비전 인코더는 시각 정보를 변환하는 시신경 역할로 글로벌 호환성과 최적화를 위해 검증된 외부 기술을 전략적으로 채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알리바바의 큐웬 모델 역시 오픈AI의 음성인식 기술이나 구글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점을 예로 들었다. 글로벌 AI 업계에서도 표준화된 고성능 모듈을 활용해 시스템 확장성을 높이는 것이 보편적인 설계 표준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기술 선택 사항과 라이선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왔다며 기술적 기여를 과장할 의도가 없다고도 밝혔다.
앞서 업스테이지는 자사 모델 '솔라'에 대한 유사성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일 데이터 수집부터 아키텍처 설계까지 전 과정을 공개하며 '프롬 스크래치'를 입증해 논란을 불식시켰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시각차가 여전하다.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멀티모달 AI'에서 인코더가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멀티모달 AI에서 인코더는 단순 주변 장치가 아니라 입력 데이터의 품질을 결정하는 첫 관문"이라며 "이미 학습된 타사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면 향후 기술적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논쟁은 독자 개발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사업 공고 당시 오픈소스 활용 범위나 외부 모듈 차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참여 기업마다 해석의 여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5일까지 참여 기업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1개 팀을 탈락시킬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건전하고 투명한 기술적 토론이 활성화될수록 우리 AI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강력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전문기관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전문가 평가위원회를 통해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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