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기차 연착을 풍자한 소셜미디어 밈이 유행 중이다. 인플루언서들은 보조 배터리, 담요, 비상식량 등을 담은 ‘DB 생존 키트’를 열차 탑승 전에 챙겨야 한다며 비꼰다. 국영 철도 DB(도이체반)의 상습적인 연착이 참기 어려운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독일 하면 칼같이 정확하다는 이미지를 가진 나라가 아니었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독일에서는 열차가 예정 시각보다 5분 59초 이내에 도착하면 정시 도착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느슨한 기준을 갖고 있으면서도 작년 10월 기준 DB 장거리 노선의 정시 운행률은 48.5%에 그쳤다. 열차 이용객 절반 이상이 6분 넘는 연착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주간지 슈피겔은 DB가 정시 운행률을 높이기 위해 운행 취소를 일삼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착이 불가피한 열차를 아예 운행하지 않아 연착률 통계에서 빼는 꼼수를 쓴다는 얘기다. EU 맏형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자 작년 8월 독일 정부는 임기가 2년 남은 DB의 최고경영자를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기차가 제시간에 당도하지 못하는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프랑스도 다르지 않다. 5분 기준으로 정시 도착률이 80% 안팎이라 독일보다는 높다고 해도 선진국치고 충분하지 않다. 잦은 파업에다 관리 부실로 기차 수십 편이 멈춰 서는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작년 10월 아비뇽-리옹 구간에서 선로 케이블 방화로 열차 약 100편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6월에는 북부 릴 인근에서 무려 600m에 달하는 구리로 된 선로 케이블이 도난당해 무더기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독일에서는 열차가 예정 시각보다 5분 59초 이내에 도착하면 정시 도착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느슨한 기준을 갖고 있으면서도 작년 10월 기준 DB 장거리 노선의 정시 운행률은 48.5%에 그쳤다. 열차 이용객 절반 이상이 6분 넘는 연착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주간지 슈피겔은 DB가 정시 운행률을 높이기 위해 운행 취소를 일삼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착이 불가피한 열차를 아예 운행하지 않아 연착률 통계에서 빼는 꼼수를 쓴다는 얘기다. EU 맏형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자 작년 8월 독일 정부는 임기가 2년 남은 DB의 최고경영자를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기차가 제시간에 당도하지 못하는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프랑스도 다르지 않다. 5분 기준으로 정시 도착률이 80% 안팎이라 독일보다는 높다고 해도 선진국치고 충분하지 않다. 잦은 파업에다 관리 부실로 기차 수십 편이 멈춰 서는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작년 10월 아비뇽-리옹 구간에서 선로 케이블 방화로 열차 약 100편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6월에는 북부 릴 인근에서 무려 600m에 달하는 구리로 된 선로 케이블이 도난당해 무더기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EU 양대국이 철도 운영에 애를 먹으며 창피를 당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가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오래전 철로를 깔아둔 두 나라의 선로와 신호 장치는 워낙 낡아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지만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다. 독일은 철로 개량에 10년간 1500억유로(약 250조원)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추산이 나왔다. 하지만 초고령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복지 비용과 러시아 위협에 대비하려는 국방비 지출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보니 철도 개선에 쓸 돈은 뒤로 밀린다. 프랑스에서는 국영 철도회사 SNCF가 우리 돈 40조원대 부채로 신음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GDP보다 많을 정도의 막대한 국가 채무에 시달리고 있으니 돈을 보태줄 여력이 부족하다.
재정 여력이 부족해지면 결국 국민의 일상이 아수라장이 된다.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게 마련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2029년까지 이재명 정부의 지출 계획을 보면 경제성장률의 2배가 넘을 수밖에 없는 매년 5.5%씩의 재정 확장이 예고돼 있다. ‘폭주하는 기관차’를 보는 것 같다. 재정 붕괴라는 종착지로 질주하는 듯해서 두렵다.
[손진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