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Cover Story]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 인터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금 대체할 수 없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금 대체할 수 없어”
그래픽=김의균 |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통해 달러를 무기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나라가 달러 자산을 매각하고 대신 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벌이는 관세 전쟁도 달러 탈피를 유발해 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지요. 금 ETF(상장지수펀드), 금 스테이블코인 같이 금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새 금융 상품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캠벨 하비(Harvey) 듀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WEEKLY BIZ와 화상 인터뷰에서 “금은 수요가 갑자기 증가해도 생산을 그만큼 늘릴 수 없는, 공급이 경직된 자산”이라며 “최근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금값 급등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혀 놀랍지 않다”고 했다. 하비 교수는 거시금융·재무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단기 채권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아지면 불황이 닥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른바 ‘장·단기 금리 차’ 연구로 유명하다. 전미재무학회 회장 및 재무 분야 최고 학술지인 ‘저널오브파이낸스(The Journal of Finance)’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학계뿐 아니라 정책·시장 판단에 큰 영향을 주는 학자로도 이름난 하비 교수는 지난해 ‘금 이해하기(Understanding Gold)’ ‘금과 비트코인(Gold and Bitcoin)’ ‘토큰화된 금(Tokenized Gold)’ 등 금과 관련한 일련의 논문을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는 “최근 거래가 늘어난 금 스테이블코인은 우리가 다시 금 본위제로 돌아갈 발판을 마련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금에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4290달러로 전년 동기 2644달러 대비 62% 상승했다.
◇“금 수요, 더 늘어날 변수 많다”
-지난해 금값이 많이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금은 생산이 경직적이어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수밖에 없는 자산인데, 최근 금 수요가 늘어난 여러 요인이 있었다. 첫째는 탈(脫)달러다. 많은 국가가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가해진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보며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슷한 제재를 우려한 국가들은 달러를 줄이고 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여러 중앙은행이 진행 중인 대규모 금 매입은 금 수요를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현재 최대 금 매수국은 중국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
-미국이 진행 중인 광범위한 관세 전쟁은 어떤가. 이 또한 금값에 영향을 미칠까.
“탈세계화 시대에 목격되는 관세와 보복 조치는 제재보다 더 광범위한 문제다.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을 많이 보유해 온 나라들이 달러에 대한 집중도를 줄이고 자산 다각화를 고려하게 만든다. 이들은 그럼 미 국채 대신 무엇을 살까. 달러 자산에 버금가는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이다.”
-금값에 영향을 미칠 다른 요인도 있을까.
“금값엔 미래의 변수도 미리 반영된다. 잠재적으로 금 수요를 늘릴 변수 중 하나가 국제결제은행(BIS)의 규제 변화 기조다. 현행 ‘바젤 3(은행 건전성 규제)’에 따르면 금은 은행의 준비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모순적이다. 중앙은행은 금을 보유하면서 상업은행은 금지해 둔 셈이니 말이다. 상업은행들이 적어도 준비금의 일부는 금으로 보유하도록 규제가 바뀌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은행들이 준비금의 3% 정도만 금으로 보유한다고 해도 이는 금 수요를 크게 늘어나게 한다. 아울러 보험사 등 다른 업권의 규제도 비슷하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규제 변화만으로 2004~2005년 금 기반 ETF(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됐을 당시의 금 수요 증가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주요 보험사들이 금을 자산의 최대 1%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총 274억달러어치의 금에 해당하는, 상당한 양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
금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는 미국에서 2004년 처음 출시됐다. 하비 교수는 이 사건을 ‘금의 금융화’라 불렀다. 그는 “이전까지는 금을 보유하려면 금화나 금괴를 샀어야 했는데 보관도 불편하고 거래도 어려웠다. ETF로 대표되는 금의 금융화는 개인·기관 투자자 모두에게 쉽고 저렴하게 금에 투자할 길을 열어주었고 이는 수요 급증과 금값 상승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금 ETF인 SPDR의 ‘골드 셰어즈(GLD)’ 총자산은 약 1408억달러(약 204조원)다. 운용사들은 ETF 규모에 맞춰 실물 금을 사서 보관해둔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세계의 금 ETF가 보유한 금은 총 3932t(톤) 정도로 국가로 치면 미국에 이은 2위 규모다. 한국은행 금 보유량의 약 38배 수준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
◇“금, 단기적으론 주식만큼 변동성 커”
금은 전통적으로 가치를 잘 저장하는 수단으로 평가돼 왔다. 금값이 물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금은 물가 변동에 대비하기 좋은 자산으로 여겨진다. 이른바 금의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대비)’ 기능이다.
-금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대비용 자산의 기능을 한다고 보나.
“금의 역사는 수천 년에 달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금 가격은 그 오랜 기간 실제로 가치를 유지해 왔다. 약 2500년 전 느부갓네살 왕 시대(기원전 604~562년 바빌론 통치)에 ‘1온스의 금으로 빵 350덩이를 살 수 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지금의 금값으로 환산하면 한 덩이당 약 8달러가 되며 현재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 한 덩이 가격이 실제로 이 정도 된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 군 지휘관 연봉이 금 약 38.58온스 정도였는데 지금 금 시세로 비슷한 직급의 미군 연봉이 그 정도(약 17만달러) 된다. 금이 장기적으로 그 가치를 유지해 왔다는 얘기다.”
-지난해 금값 폭등도 그렇고, 단기적으로는 금값이 크게 오르내리지 않나.
“그렇다. 금의 가치 유지는 아주 긴 기간을 놓고 보았을 때의 이야기다. 단기적으로 보면 금은 변동성이 커서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인플레이션은 연간 대략 2~3% 수준 움직여 변동성이 크지 않은 반면 금 가격은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만큼 변동성이 크다. 1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주식 시장(S&P500 지수)과 금의 변동성이 연 15% 정도로 비슷하다. 즉 금은 단기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아니며 장기적으로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유용하다.”
◇“비트코인, 디지털 금 절대 못 된다”
세계 최초의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한 후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이 금과 유사하다고 주장해 왔다. 공급(채굴) 물량이 한정돼 있고 희소성이 있으며 공급원이 분산됐다는 등의 공통점을 들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하비 교수는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세상의 금’이란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할 수 없고, 디지털 금도 아니다. 비트코인의 매우 중대한, 특유의 위험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비트코인엔 이와 연동되는 실물 가치가 없다. 말 그대로 무형(無形)이며 컴퓨터 네트워크에만 존재한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그 네트워크가 공격을 받는 것일 텐데, 과거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공격해서 얻을 경제적 이득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하비 교수는 비트코인의 네트워크가 공격받는 상황을 ‘51% 공격’으로 설명했다. ‘51% 공격’이란 비트코인이 운영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51%를 장악한 다음 비트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가상의 행위를 뜻한다. 비트코인은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 연산 능력을 활용해 거래를 인증하고 그 대가로 가상 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굴러가는데 이 시스템 자체를 점령해버린다는 의미다. 다만 이토록 막대한 연산 능력을 확보하려면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누군가 그렇게 큰돈을 들여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공격할 이유가 있을까.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51%를 장악하면 다른 사람의 비트코인을 빼앗거나 새로운 비트코인을 멋대로 발행하는 등의 일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관건은 그런 일이 벌어지면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제로(0)’가 된다는 점이었다. 탈취하는 자산 가치가 사라지게 될 텐데 무엇하러 수십억 달러를 쓰겠나.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상황이 바뀌었다. 그 중대한 변화는 규모가 매우 큰 비트코인 파생 상품 시장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이는 곧 비트코인 공매도가 가능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매도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가격이 제로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 공매도를 한 다음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공격하고 가격을 제로로 떨어뜨리기 위한 시도를 감행할 강력한 동기가 된다.”
-금도 비트코인처럼 가치가 사라질 가능성은 없나.
“금의 가치는 어떤 경우에도 제로가 되지 않는다. 금의 용도는 투자 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 전체 금의 7%는 기술 분야 및 치과 치료에 쓰이고 44%는 보석류에 집중돼 있다. 약간의 비트코인을 분산 투자 차원에서 보유할 수는 있겠지만, 금을 처분하고 그 대체재로 비트코인을 사려 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
◇“금 코인, 금 본위제 부활시킬 수도”
-최근엔 금에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코인도 많이 거래되고 있다. 금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제로 최근 들어 금의 토큰화(코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로 ‘현실 세계 자산(real world asset, RWA) 토큰’이라고 불리는 자산의 하나다. 그 대표적 사례가 법정 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다. 지금은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미 달러에 고정돼 있지만 최근엔 다른 유형의 RWA 토큰도 많이 나오는 중이다. 급속히 성장하는 RWA 토큰 중 하나가 토큰화된 금, 즉 금 스테이블코인이다. 나는 이것이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한다.”
스테이블코인이란 ‘1코인=1달러’처럼 법정 화폐 등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 화폐를 뜻한다. 테더·USDC 등이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들은 실제로 달러 및 미 단기 국채 등 달러와 비슷한 현금성 자산을 준비금으로 적립해 가격을 유지한다. 금 스테이블코인도 마찬가지로 실물 금을 준비금으로 보유함으로써 가격이 금에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다. 금 코인 규모가 늘어난다면 이 또한 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라는 뜻이다. 2020년 나온 세계 최대 금 코인인 ‘테더 골드(XAUt)’의 시가총액은 17억9000만달러, 2위인 ‘팍스 골드(PAXG)’의 시총은 16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홈페이지 공시에 따르면 두 회사가 보유한 금은 약 28t 정도 된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
-금 코인이 다른 RWA 토큰과 다른 점이 있나.
“금 코인이 특별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금 본위제로 되돌아갈 선택지를 주기 때문이다. (금 코인을 통해) 물건 값을 금으로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놀라운 혁신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금 코인이 성장한다면 미국이 1971년 8월 폐지한 금 본위제가 부활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에 의한 자발적인 금 본위제 회귀다. 금 코인이 미 달러나 유로, 일본 엔으로 담보된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사람들의 가상 화폐 지갑에 담겨 거래에 쓰이게 되는 셈이다.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전반적인 확산은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DeFi·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의 진행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중요한 혁신이다.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리라고 예상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가 해결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에 해결책을 제공하며 미래의 금융을 위한 대안적 기반 시설을 구축할 수단이 되리라고 본다. 예를 들어 현재 국가 간 자금 이체 수단은 사실상 ‘스위프트(SWIFT)’ 하나다. 안전하지도 않고 이체에 3~5일이 걸릴 뿐더러 비용도 매우 비싸다. 그런데 우리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제 수 초 안에 국가 간 송금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게 됐다. 비용은 10센트 미만이며 거래는 투명하면서 안전하다. 모든 주요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계획을 추진 중인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본다. 앞으로는 금을 비롯해 주식·채권·부동산 등 많은 자산이 토큰화될 전망이다. 이는 아무런 담보 없이 투기용으로 쓰이는 비트코인 등과 다르다.”
-디파이는 ‘탈중앙화된 금융’을 뜻하지 않나. 주요 금융사들이 들어온다면 ‘탈중앙화’의 의미가 희석되고 결국 중앙화된 금융으로 회귀하는 셈 아닌가.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9년 이전의 세상은 100% 중앙 집중화되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탈중앙화된 시스템인 비트코인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스테이블코인 및 다른 탈중앙화된 시스템도 갖추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중앙화와 탈중앙화가 혼합된 형태다. 은행들은 과거에 탈중앙화 금융을 거부하면서 ‘저들이 우리를 몰아내려 한다’고 저항했다. 지금은 다르다. ‘아, 이 기술을 활용해서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겠구나’라고 깨닫고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 분야를 얼마나 따라잡는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릴 전망이다.”
캠벨 하비 듀크대 경영대학원 교수 |
◇캠벨 하비 교수는
듀크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교수로 ‘장·단기 금리 차’ 연구로 유명한 거시금융·재무학 분야 세계적 석학이다. 지난해 ‘금 이해하기’ ‘금과 비트코인’ ‘토큰화된 금’ 등 금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저서로는 ‘디파이와 금융의 미래’ 등이 있다.
※하비 교수는 한국 독자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 싶다며 인터뷰 중 주요 내용을 인공지능(AI)을 통해 한국어로 번역한 파일을 보내왔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하비 교수의 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아래 영상은 캠벨 교수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 있는, 한국어로 AI 번역한 금에 관한 설명 영상입니다.(chosun.com에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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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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