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합산 매출, 키트루다 상회
경구용 위고비 출시에 성장세 탄력 전망
경구용 위고비 출시에 성장세 탄력 전망
지난해 글로벌 비만치료제 매출이 장기간 ‘매출 1위’ 자리를 지켜온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중심이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지형이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로 재편되는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8일 블룸버그 컨센서스 등을 인용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 성분 비만치료제 글로벌 매출이 약 358억 달러,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 비만치료제 매출이 약 356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두 성분 합산 매출은 같은 기간 키트루다의 매출(약 315억 달러)을 13~14%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키트루다는 머크(MSD)가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2023년 이후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자리를 지켜왔지만 비만치료제가 단일 적응증 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이 기록을 넘어서면서 증권가는 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로 봤다. 유진투자증권은 “비만·대사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항암제 중심의 블록버스터 지형을 구조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비만치료제가 주사제 중심에서 경구제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접근성과 순응도가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경구용 위고비를 승인 2주 만인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일라이 릴리도 ‘먹는 마운자로’로 불리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에 대해 FDA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차세대 파이프라인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GLP-1과 아밀린 기전을 결합한 차세대 후보물질 ‘아미크레틴’의 경구 제형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는 저분자 경구용 GLP-1 치료제 ‘알레니글리프론’의 임상 3상을 올해 하반기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개발(R&D) 축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외에 아밀린을 기반으로 한 비만치료제가 잇따라 개발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밀린은 식후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근육 감소 등 기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전으로 평가된다. 로슈는 지난해 질랜드파마로부터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를 도입했고, 애브비 역시 구브라로부터 아밀린 유사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비만치료제 시장의 상업화 트렌드는 경구제로, R&D 트렌드는 아밀린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기존 GLP-1RA 주사제 중심 파이프라인의 상업적 매력도는 연구 단계에서부터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지수 기자 sy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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