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까지·‘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3시간 동안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법 풀어내
CG 대신 퍼펫·라이브 음악, ‘아날로그’ 힘
3시간 동안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법 풀어내
CG 대신 퍼펫·라이브 음악, ‘아날로그’ 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출연자들 [CJ ENM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는 마법과 환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세계가 진짜라고 믿기 위해서는 배우는 물론 관객들의 상상력도 필요해요.”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끈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스크린을 넘어 무대로 소환됐다. 2022년 영국 웨스트엔드와 중국 상하이를 거쳐 마침내 당도한 한국 무대에선 애니메이션 판타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존 케어드 연출가는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미야자키 감독의 모든 작품이 뛰어나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그중에서 가장 훌륭하다”며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레미제라블’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연출한 뮤지컬 명장으로, 영국 올리비에상과 미국 토니상을 받은 베테랑 연출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1년 개봉해 2003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다. 공연은 일본 공연제작사 도호의 창립 90주년 기념작으로 2022년 일본 도쿄에서 초연했다.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올리는 과정은 원작자의 허락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난관이었다. 케어드 연출은 “미야자키 감독이 자기 작품을 무대로 옮기는 것을 잘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는데, 선뜻 허락해서 깜짝 놀랐다”며 “막상 허락받고 나니 작품을 무대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지 걱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신들의 세계에 입성하게 된 치히로가 보고 겪는 여정을 따라간다. 작품 곳곳엔 신도교, 목욕탕 등 일본의 전통이 반영돼 있다. 무대는 최첨단의 기술이 활개치는 시대에 ‘아날로그적 상상력’으로 승부했다. 토비 올리에가 만든 퍼펫(인형)과 일본 전통극인 노가쿠에서 착안한 목욕탕 무대가 대표적이다.
존 케어드, 공동 번안 이마이 마오코 [CJ ENM 제공] |
존 케어드는 “무대 디자이너 존 보우서에게 작품에 대해 800만개가 넘는 신들을 모시는 일본의 ‘신토’에서 착안해 이 신들이 목욕탕에 들어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며 “미야자키 감독은 신토 문화와 온천 문화를 천재적으로 융합해 멋진 판타지 세계를 만들었던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원작이 일본 작품인 만큼 무대 역시 ‘일본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공을 들였다. 공연에서 일본의 오리지널 캐스트가 그대로 무대에 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유바바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나쓰키 마리가 직접 무대 위 유바바 역으로 출연한다. 나쓰키 마리는 “20년 전 목소리로만 연기했던 캐릭터를, 육체를 가진 무대 연기로 진화시켰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인공 치히로 역은 일본 스타 배우 가미시라이시 모네와 가와에이 리나가 번갈아 맡는다. 가와에이 리나는 AKB48로 데뷔, 이후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아이돌이다.
가미시라이시 모네는 “비일상적인 이 작품 세계 속에서 관객에게 가장 가깝게 있는 게 치히로다. 늘 신선함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무대에 임하고 있다”며 “무기력함을 지니고 있던 치히로가 이야기를 진행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가와이에 리나 [CJ ENM 제공] |
가와에이 리나는 “드라마와 영화는 연습 기간이 없는 반면 무대는 1~2개월 정도 다 같이 연습하며 0부터 만들어 나간다”면서 “무대에 서기 전 긴장감이 있는데, 그걸 좋은 방향으로 관객들께 전달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인기를 끈 것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다. 무대에선 11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로 그의 음악을 연주한다. 다만 이 작품이 뮤지컬이 아닌 만큼 배우의 노래에 따라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 배경음악을 선보인다.
케어드 연출가는 “히사이시 조의 악보를 느리고 사색적인 분위기에 맞게 편곡하고 조율했다”며 “라이브 음악은 캐릭터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스토리텔링을 위한 다양한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녹음된 음악은 결코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는 ‘인간의 손길’이 필요해 라이브 연주를 시도했다”고 귀띔했다.
무대는 수작업으로 구현한 동화 같은 세상과 함께 3시간(인터미션 포함) 동안 이어진다. 화려하고 호흡이 빠른 뮤지컬에 익숙한 대극장 관객에게 다소 정적인 데다 방대한 서사의 모험이 어떤 경험을 안길지는 미지수다.
가미시라이시 모네는 “일본, 런던을 거쳐 서울까지 왔다. 도시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이 다르다. 한국 서울의 관객분들은 어떤 표정을 보여줄지, 어떤 가르침을 줄지 궁금하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공연은 예술의전당에서 3월 22일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