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단독] 통일교·신천지 서로 벤치마킹했나… 검경, 두 종교 모두 수사

조선일보 유희곤 기자
원문보기

[단독] 통일교·신천지 서로 벤치마킹했나… 검경, 두 종교 모두 수사

속보
美특사 "가자지구 2단계 평화계획 착수…팔 과도정부 수립할 것"
“통일교를 성공 모델 삼은 신천지”
‘한학자 보고’에 신천지 42번 언급

통일교, 신천지와 유사 방식으로
20대 대선 개입했다는 혐의 받아
정교(政敎)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7일 통일교뿐 아니라 신천지도 수사하기로 했다. 두 교단의 정치권을 상대로 한 금품 로비와 신도 당원 가입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검경은 한국 신흥 종교계의 대표적 교단으로 꼽혀온 통일교와 신천지의 관계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한학자 이만희

한학자 이만희


신천지를 이끄는 이만희(95) 총회장은 신흥 종교계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통일교 1대 교주 고(故) 문선명 총재를 벤치마킹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통일교도 과거 제기됐던 신천지의 선거 개입 의혹과 유사한 방식으로 2022년 제20대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이른바 ‘한학자 통일교 총재 보고’ 문건에선 신천지가 42번 언급됐다. 윤영호(구속)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작성한 3000쪽 분량 ‘TM(True Mother·참어머니라는 뜻으로 한 총재를 지칭하는 말) 보고’ 문건을 보면, 윤씨는 2017년 11월 20~22일 한 총재에게 “이만희의 강력한 후계자였던 김남희씨가 이탈했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윤씨는 관련 기사를 소개하며 “김씨는 사실상 참어머님 역할이었다”면서 “방금 전 신천지 간부도 카톡 대화에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씨는 그러면서 “그간 통일교를 벤치마킹했던 신천지 행보에 중대한 기로(가 될 것)”라면서 “영적인 참어머님(한 총재) 행보와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씨가 한 총재와 같은 역할을 하려 했지만 신천지에서 내분이 발생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준 혐의 등으로 민중기 특검에 구속됐다.

신천지의 2인자로 불렸던 김남희씨는 2017년 신천지를 탈퇴하고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김씨는 2019년 3월에는 교단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이 총회장을 고발했다. 이 총회장은 2020년 8월 정부의 코로나 방역 활동 방해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2022년 8월 대법원에서 횡령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통일교의 TM 보고 문건을 보면 신천지를 경쟁 종교로 의식한 듯한 내용도 담겼다. 2021년 6월 29일 TM 보고 문건에 언급된 ‘제2회 하늘부모님성회 평화축제’ 참석자 B씨는 “신천지 교인으로서 통일교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당히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신천지가 꿈꾸던 평화 세계, 왕국을 이미 통일교가 다 건설해 놓은 듯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6년 만에 다시 검경 수사 선상에 오른 이 총회장은 신천지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집단 가입시켜 2021년 11월 치러진 대선 경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경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교단 압수 수색을 막아준 대가로 신천지 신도 10만명이 투표권이 있는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신천지는 앞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때도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진영에 당원으로 가입시켜 당내 경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이와 관련한 수사가 확대돼 재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통일교는 2022년 제20대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지원한 혐의로 김건희 특검이 작년 10월 한 총재 등을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치 개입 의혹에선 신천지가 앞선 셈이어서, 이와 관련해서는 통일교가 신천지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금품 로비 혐의가 드러나 경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신천지까지 수사 대상으로 하는 검경 합수단이 출범했다. 그러자 야권에선 “현 정권이 통일교의 민주당 쪽 로비 혐의 수사를 물타기하려고 신천지 수사를 끼워 넣었다”며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유희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