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고무줄' 위에 국민 건강이 놓이게 생겼다.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12차례나 머리를 맞댄 끝에 내린 '미래 의사 부족 수' 인원은 '2040년 5704~1만1136명'이었다. 그 차이만 5432명에 달하는데, 이런 '고무줄 인원'만 해도 2026학년도 의대정원(3058명)의 2배에 가깝다. 이런 고무줄 같은 '부족 의사 수'를 추산하는 과정조차 미심쩍다. 추계위에 따르면 이번 결과값을 내놓기까지 위원 간 내부 논의가 치열하게 오갔다. 여러 가정과 변수가 쟁점으로 작용해 견해차가 컸고, 마지막 회의에선 일부 사안에 대해 표결까지 부친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 2040년 부족한 의사 수 결괏값은 또 한차례 바뀌었다. 지난 6일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결정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2차 회의에선 미래에 부족한 의사 수의 하한선을 추계위 예측치(5704명)보다 약 700명 줄인 '5015명'으로 보고됐다. '부족한 의사 수' 689명이 졸지에 사라진 것이다. 또 추계위가 '2035년' 의사 부족 수를 1535명~4923명으로 잡은 것과 달리, 보정심에선 1055~4923명으로 하한선을 480명 더 낮췄다.
결론적으로 상한선엔 변동이 없었으나 하한선이 2035년 약 500명, 2040년 약 700명 줄어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일부 변수를 미세조정해 추계값을 수정하고, 보정심에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정심은 이런 추계 결과를 토대로 3차 회의에서 의사인력 양성 규모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의사들이 추계위의 결괏값에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추계위가 활용한 '측정 도구'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아리마 모형은 5년 정도의 단기 예측엔 유용하지만, 10년 이상 장기 예측은 오차가 커지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중장기 예측에선 아리마 모형을 써선 안 된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진료 형태와 근무 강도가 달라졌는데, 단순히 의사 인원수만으로 의사공급을 평가해 왜곡될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이에 의사들이 의사 수를 추계하기 위해 내민 계산법은 'FTE(Full Time Equivalent)'다. FTE는 의사 한 명이 실제로 진료에 투입하는 시간을 고려한 전일제 환산 인력 지수다. 그런데 추계위를 비롯해 추계 테이블엔 FTE가 올라오지도 못했다. FTE 방식으로 의사 수를 추계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가 필요한데, 추계위가 심평원에 FTE 자료를 줄곧 요청해왔지만 심평원에서 자료를 주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추계위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심평원 측은 "요청받은 내용 중 산출할 수 있는 자료는 제공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소통 부족이 아쉽다.
전공의들은 "추계위가 의료 현장의 업무량과 실질 근무 일수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근무 일수 가정을 소폭 조정하는 것만으로 수만 명의 수급 전망이 '부족'에서 '과잉'으로 뒤바뀐다"고 질타했다.
부족한 의사 수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미래에 의사 수가 부족한 건 맞는 걸까. 이런 고무줄 같은 추계 결과에 당장 2027학년도 대한민국 의대정원을, 27학번 의대 신입생이 전문의가 되는 2037년경 우리 국민의 진료권을 맡기게 됐다. 탁상공론과 소통 부족 속에 도출된 '고무줄' 같은 의사 수 추계 결과에 당장 10여년 뒤 우리를 진료할 의사 수가 정해질 판이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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