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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한·일관계의 역사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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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한·일관계의 역사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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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년 7월18일 백제 의자왕이 사비성에서 나당연합군에게 항복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백제가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었다. 백제의 지방군이 거의 온전히 남아 있었다. 백제의 운명은 3년 뒤 663년 8월에 치러진 백강구전투로 결정되었다. 이는 나당연합군 대 백제부흥군·왜국 연합군이 지금의 금강 하구에서 맞붙은 동아시아 최초의 세계대전급 전쟁이다.

왜국이 백강구전투에 쏟은 물량은 엄청나다. 왜국은 모두 3만7000명 병력을 약 1000척의 배에 실어 보냈다. 신라가 국력을 기울여 백제 공격에 동원한 병력이 5만명이었다. 왜국은 백제가 망하면 자신들도 곧 위험해진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전투 패배 후 백제 유민들이 지금의 일본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곧바로 나당연합군의 침입에 대비해 토성을 쌓았다. 미즈성(水城)과 오노성(大野城)이다. 그 성곽 뒤에 다자이후시(大宰府市)를 건설했다. 다자이후는 규슈 지방 전체를 다스리는 관청으로 약 500년 이상 지속되며 번영했다. 지금도 그 유적이 많다.

백강구전투의 결과는 백제부흥군·왜국 연합군의 완전한 패배였다. 이 전투로 왜선 400척이 불탔고 백제는 최종적으로 패망했다. 이때 지배층과 고급 기술자를 포함한 많은 백제인이 일본으로 갔다. 그 결과로 일본에서 본격적인 고대국가 체제가 성립되었다. 오늘날 일본이 이 사건을 백촌강전투라 부르며 중시하는 이유이다. 일부 고대사 연구자는 백촌강전투와 그 결과를 미국의 페리 제독이 1854년에 철선인 흑선을 이끌고 와서 일본의 막부체제를 붕괴시키고 근대 일본이 시작된 것에 비유한다.

600년 이상 공존했던 고구려, 백제, 신라를 치열한 전쟁 끝에 하나의 나라로 병합시킨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원인이 한 가지뿐일 리 없다. 바다 건너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에 왜국이 깊이 개입한 이유도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로 슈퍼 파워 당나라의 등장을 빼기 어렵다. 이전까지 중국은 400년 가까운 위진남북조시대였다. 당나라는 당대인들이 들어본 적 없는 단일한 실체의 강대국이었다.

지난 두 세기의 침체를 뒤로하고 중국이 다시 부상했다. 여전히 여러 면에서 미국이 세계 1등 지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이제 그 힘과 영향력이 전과 같지는 않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현 미국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와 행동이다. 오랜 세월 동맹을 지휘하며 세계를 이끌던 너그러운 맏형의 이미지는 이제 없다. 2025년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일방적 관세는 그 뒤에 정책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어색하다. 그것은 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뜯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협상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국익에 대한 고려 없이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강한 경쟁자인 중국과 호흡을 맞추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랜 동맹국 일본은 배제되는 듯 보인다. 이제는 동맹이었던 어느 나라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한국과 일본은 민간 차원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방문 외국인 중 1위가 한국인이다. 한국인 방문객 880만명은 외국인 전체 방문객의 약 25%이다. 한국보다 인구가 30배 많은 중국인 방문객이 700만명으로 2위이다. 이 추세는 곧 나올 2025년 통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한·일 경제 공동체 구상’을 제안했다. 현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성장에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으니, 서로 시장을 통합하여 그 한계를 극복하자는 논지이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공생을 도모했던 기억은 없다. 한국과 일본은 오늘날 역사에 없는 시도를 요구받는 상황에 놓인 듯하다.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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