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금지 조치를 발표한 다음날인 7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한 시민이 주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군사 목적의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지난 6일 단행했다. 중국 정부는 제3자가 중국이 원산지인 이중용도 물자를 일본에 수출할 경우도 책임을 묻는 ‘세컨더리 보이콧’ 방침도 내놨다. 이중용도 물자에는 희토류, 반도체, 배터리 원료 등이 포함된다. 2010년 센카쿠열도 중·일 갈등 때의 희토류 금수 제재보다 더 광범위하고, 제3국 우회 거래 차단까지 명시해 예기치 않게 한국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중·일 갈등이 동아시아 역내 산업에까지 부정적 파장을 미치는 상황 전개를 우려한다. 중국이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 대일 제재 조치를 내놓은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중국 상무부는 금수 조치 배경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지목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으로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고 밝혔다. 일본이 1979년 중·일 수교 당시 약속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 데 대한 중국의 불만은 이해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지난해 11월 대만 발언은 일본 내에서도 과도했다는 비판이 나온 터다. 그러나 세계화 영향으로 각국의 공급망 상호의존이 심화된 상황을 역이용한 강압 조치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기습으로, 국제사회는 전후 70여년 동안 유지돼온 국제질서 붕괴를 목도하고 있다. 미국이 거침없는 제국주의식 행태를 보일수록 국제사회는 중국이 자제력에 기반한 ‘도덕적 권위’를 확보할 것을 기대한다. 대만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고, 약속을 어긴 쪽이 일본이라고 해도 외교적 사안에 경제보복 조치를 동원하는 것은 가뜩이나 위축된 자유무역 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이번 사태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중·일 갈등 장기화는 동아시아 역내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7일 이 대통령이 밝혔듯이 한국이 중재할 여지도 없다. 일본은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과오를 반성하고 주변국 관계에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주권국가 간 갈등에서 상대방의 완전한 굴복을 강요할 경우, 그 후유증이 크다는 점을 중국도 유념해야 한다. 양국이 자제력을 발휘해 갈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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