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전시회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의 복싱 로봇이 링 안에서 복싱 자세를 잡고 있다. 링의 코너에는 이 로봇의 모델명(R1)과 함께 ‘4900달러’라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오동욱 기자 |
가로·세로 5m 크기 링 안에 선 한 남성이 한껏 가드를 올렸다. 그의 스파링 상대는 127㎝ 키의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R1’. 남성이 잽과 스트레이트를 차례로 날리자 로봇은 그만 발라당 뒤로 넘어지고 만다. 쓰러진 로봇 뒤로 안내문 한 장이 눈에 띈다. ‘4900달러(약 700만원)’. 이 복싱 로봇의 가격표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가 개막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중국 로보틱스 기업들은 이날 이미 상용화를 마친 로봇들로 관람객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로보틱스 외에도 가전,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중국 업체들이 “우리가 넘버 원” “월드 리딩”(세계를 선도하는)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자신감을 드러냈다.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전시회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의 복싱 로봇이 한 남성과 스파링을 하고 있다. 화면 중앙 아래에는 유니트리 관계자가 조이스틱을 활용해 로봇을 조종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
로보틱스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분야다. 중국 로보틱스 기업 유니트리 관계자는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도시락을 서서 먹다 멈추길 반복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로봇의 몸체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복싱 로봇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목적은 이미 달성하고도 남아보였다.
중국 로봇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매력은 ‘일상’ 속에 스며든다는 점이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엔터테인먼트나 돌봄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전시회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 중국 로봇기업 ‘아기봇’의 휴머노이드 로봇 ‘X2’가 한 남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동욱 기자 |
또 다른 중국 로보틱스 기업 ‘아기봇’(AgiBot) 부스 앞에는 휴대전화를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중국 무술 ‘태극권’을 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A2’, 사람과 대화하는 돌봄 휴머노이드 ‘X2’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X2는 인간의 성별과 상태를 구분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고령자나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아기봇은 현재 중국 현지는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박물관이나 호텔에 물건을 선별하고 나르는 로봇도 공급하고 있다. 아기봇 관계자는 “현재까지 5000대에 달하는 로봇을 전 세계에 공급했다”며 “상용화도 가장 빠른 편이고, 관련 데이터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CES 2026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가 116인치 RGB 미니LED TV로 부스 입구를 꾸민 모습. 최민지 기자 |
윈 호텔로 무대를 옮긴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채운 중국 TCL의 모습. TCL은 CES 2026 메인 전시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최민지 기자 |
중국 가전업계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메인 전시관 LVCC는 삼성전자가 떠난 자리를 꿰찬 TCL을 비롯해 하이센스, 드리미, 창홍 등 중국 업체들이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100인치가 넘는 초대형 고화질 TV부터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생활 가전, 스마트 안경 등 웨어러블 기기까지 갖춘 이들은 하나같이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명품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롭슨과 협업한 오디오를 선보이는가 하면(TLC), 일부 전시 공간을 할애해 자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창홍)하기도 했다. ‘기능은 쓸만한데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그간의 평가를 비웃듯 ‘레드닷 어워드’와 같은 디자인상 수상 제품도 다수였다.
시선을 잡아끄는 신제품도 여럿 있었다. 베네시안 엑스포 전시관에 부스를 차린 로보락은 이날 세계 최초로 다리가 달린 로봇 청소기를 공개했다. 관람객 수십명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시연장에 나선 이 청소기는 계단 다섯 칸을 하나씩 청소하면서 오르는 데 성공해 박수를 받았다.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추격 역시 매서웠다. 중국 완성차업체 지리자동차와 장성자동차(GWM)가 자율주행 차량 모델을 선보였다. 지리자동차 관계자는 자율주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지커 9X’를 소개하며 “라이다·카메라·레이더의 3중 레이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안전성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는 글로벌 톱티어”라고 자신했다. GWM 관계자는 “자율주행에서도 테슬라와 우리의 차이는 아주 작은 수준”이라며 “테슬라는 도로 상황 등 데이터가 많은 미국에서 우리보다 앞서지만 중국에선 우리가 최고”라고 말했다.
중국의 로봇 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 전시관에서 세계 최초로 다리가 달린 로봇청소기를 공개했다. 이 청소기는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서 청소를 하는 데 성공했다. 최민지 기자 |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전시회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 중국 자동차기업 지리자동차의 ‘지커 9X’ 모델이 전시돼 있다. 오동욱 기자 |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실험 단계이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도 적지 않았다.
드리미는 로봇 팔이 달린 가정용 빨래 로봇을 선보였는데, ‘세탁부터 착용까지 완전 자동’이란 문구가 무색하게도 세탁물 하나를 3분에 걸쳐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기기만 했다. 한 관람객이 “세탁기 작동이나 빨래 개기는 못하느냐”고 묻자 관계자가 “넥스트 이어”(내년에)라는 말로 웃어넘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어설퍼도 일단 ‘내놓고 보는’ 중국의 전략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한편으론 발전 속도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읽혔다. 내년 CES에서 그의 말이 실현될지, 두고볼 일이다.
라스베이거스 |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라스베이거스 |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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