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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한 이승현의 가치…베테랑 선수의 노력, 팀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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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한 이승현의 가치…베테랑 선수의 노력, 팀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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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득점 16튄공잡기로 팀에 승리를 안긴 이승현의 지난 6일 경기 모습. 프로농구연맹 제공

30득점 16튄공잡기로 팀에 승리를 안긴 이승현의 지난 6일 경기 모습. 프로농구연맹 제공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전 울산 현대모비스로 이적한 뒤 1~3라운드 동안 기대만큼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5일 기준으로 시즌 평균 7.2득점. 수비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게 더 많지만, 팀이 연패에 빠지자 그가 좀 더 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도 모르지 않았다. 2025~2026 남자프로농구(KBL) 지난 6일 경기 뒤 이렇게 말했다. “이 팀에서 최고 연봉을 받고 있고, 이적 첫 시즌에 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아 팬들에게 죄송하다.” 그러면서 “(스스로한테) 스트레스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두호’(두목호랑이)라는 별명처럼 그는 다시 코트에서 포효했다. 팀이 2연패(홈 8연패)에 빠진 지난 6일 무려 30득점 16튄공잡기 3도움주기를 했다. 웬만한 외국인 선수도 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전반에만 24득점 하면서 일찌감치 팀의 연패 탈출에 희망을 쐈다.



그의 ‘으르렁’이 더 값진 이유는 ‘자책’ ‘분노’만 하고 있지 않아서다. 그는 슛감이 살아나지 않자 최근 경기가 끝난 뒤 1시간 동안 슛 연습에 매진했다. 휴식날에도 농구공을 잡았다. 이승현은 2014~2015 전체 1순위로 데뷔해 벌써 11시즌을 맞은 베테랑 선수다. 팀 내 고참이 시즌 중 신인 같은 마음으로 슛 연습에 매진하기는 쉽지 않다. 이승현은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한 시간 동안 쐈다”고 덤덤하게 말했지만,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다.



신뢰의 힘을 보여준 울산 현대모비스 이승현(사진 앞) 선수와 양동근 감독. 프로농구연맹 제공

신뢰의 힘을 보여준 울산 현대모비스 이승현(사진 앞) 선수와 양동근 감독. 프로농구연맹 제공


그의 활약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적중률이 떨어져도 슛 연습을 게을리하는 선수들에게 어떤 시사점도 남겼다. 이승현은 늘 묵묵하게 코트를 지켰다. 부산 케이씨씨(KCC) 소속이던 지난 시즌에도 빅5 중 유일하게 큰 부상 없이 54경기(전 경기)에 출전했다. 6일 경기에서도 ‘미친 슛감’에 들뜨지 않고 백코트를 하고 튄공잡기에 가담하며 궂은일도 도맡았다. 경기 뒤에도 이렇게 말했다. “오늘 승리에 기뻐하는 것도 오늘 이 순간 만이다. 다음 경기를 또 잘 준비하겠다.”



베테랑 선수의 부진을 다그치지 않고 믿고 기다려 감독의 신뢰도 힘이 됐다. 양동근 감독은 “슛은 들어가는 날도 있고 안 들어가는 날도 있다. 슛의 질을 봤을 때 이승현은 (무리한 슛이) 거의 없다. 이럴 때는 믿고 기다려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승현은 “너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너는 국가대표 4번이다. 어떤 플레이를 하더라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감독님의 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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