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Why] 이란·러시아 이어 쿠바도… 공산권 특수부대·정보기관은 어쩌다 ‘허수아비’가 됐나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원문보기

[Why] 이란·러시아 이어 쿠바도… 공산권 특수부대·정보기관은 어쩌다 ‘허수아비’가 됐나

속보
국방부 "비상계엄 관련 장성 9명 중징계 처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에 속수무책으로 체포되면서 냉전 시절 전설로 불렸던 공산권 정보·특수전 체계가 또 한번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한때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쿠바 경호 인력은 미군 특수부대 정밀 타격 앞에 낙엽처럼 쓰러졌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지난해 이란에 이어 올해 쿠바까지 저기술·인력 중심 구시대 정보망이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자 국제 사회에서는 공산권 정보기관과 특수부대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생포·압송 작전과 관련해 “미국이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음을 거듭 증명했다”며 “전술적으로 훌륭했고, 우리는 한 명도 희생되지 않은 반면 상대는 많은 이들이 죽었다”고 했다. 미군은 이번 작전에 150대가 넘는 공중 자산을 동원했는데, 작전 도중 헬기 1대가 경미한 피격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트럼프는 “불행하게도 주로 쿠바인 병사들이 죽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쿠바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이번 작전에 따른 공식 사망자 수는 최소 5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2명은 마두로를 근거리에서 지키던 쿠바 특수 정보 요원이었다.

쿠바는 냉전 시절 소련 KGB와 손잡고 ‘첩보 수출국’으로 이름을 날렸다. 쿠바 정보기관은 1960년대 쿠바혁명 이후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독재 정권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체계적으로 습득했다. 하지만 미군이 투입한 정밀 정보전 앞에서 이들이 갈고 닦은 첩보 기술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두로 체포 과정에서 쿠바 정보기관이 미군 침투를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인력 위주 감시 체계와 낡은 통신 장비로는 위성·드론·AI가 결합한 미국 통합 정보망을 당해낼 수 없었다. 미 정보 당국은 쿠바 정보기관에 아랑곳 않고 마두로의 식사 시간, 취침 습관, 심지어 화장실을 가는 습관까지 완벽하게 파악해 작전 지도를 그렸다.


WSJ는 미군 정보 장교를 인용해 “VIP를 보호할 때, 관련 정보와 동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잘못된 가정과 이념에 매몰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고 했다. 쿠바 정보기관이 미국이 마두로 체포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평소 고려하지 않거나,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산권 정보기관과 특수부대는 최근 들어 주요 현장에서 매번 굴욕적인 수모에 가까운 실패를 쌓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빠르게 키이우를 점령하려 했지만, 관련 작전에서 처참히 패배했다. 당시 GRU와 FSB처럼 미군 델타포스 역할을 해야 할 정예 특수부대 조직이 투입됐지만, 이들은 내부 협조자 유출과 작전 노출로 수많은 요원이 희생 당했다. 암살과 침투에만 특화된 냉전식 교리가 정보 중심 현대 전쟁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평가다.

이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란에서 하메네이 신정 체제를 떠받드는 혁명수비대와 쿠드스군 역시 최근 수년간 이스라엘이 감행한 표적 살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이스라엘 첩보 당국은 지난해 6월 이란 수도 테헤란 안방에서 잠을 자던 고위 지휘관들을 드론 정밀 타격으로 암살했다. 은신처와 위장 신분으로 버티던 구시대 보안망은 이란 심장부를 제집 드나들 듯 휘젓고 다니는 이스라엘 첩보망에 아무런 대응을 못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연쇄 실패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공산권 특수부대와 정보기관이 몰락한 핵심 요인으로 이념 중심 조직 문화를 꼽았다. 정치적 충성심이 전문성을 압도하면서 실무진이 지도부에 불리한 보고를 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됐다. 이번 마두로 체포 과정에서도 ‘미국이 감히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잡으러 오겠느냐’는 확증 편향이 정보 판단을 가렸다.

실패한 작전을 인정하지 않는 경직된 구조도 치명적인 오판으로 이어졌다. 공산권에서는 참여한 작전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순간 숙청 대상이 된다. 보고서에는 지도자가 듣고 싶은 내용만 담기고, 정직한 정보 분석은 불가능하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독살 관련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독살 관련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해서도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미국 첩보기관은 위성, 통신 감청, 금융·소비 데이터, AI 분석을 하나로 묶은 통합 정보 체계를 사용한다. 공산권 기관들이 아날로그식 미행과 감시에 매달리는 동안 서방은 데이터로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복제해냈다.


미국은 이번 작전에서도 압도적인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적의 저항 의지 자체를 꺾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이 현장 전투력 뿐 아니라, 정보 기관과 융합 속도, 타격 정확성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평가했다. 미군은 베네수엘라 정부 핵심 내부에 협조자를 확보해 마두로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손바닥 보듯 들여다봤다. 베네수엘라 안방에서 벌어진 마두로 체포 작전에서 미군이 부상자 한 명조차 없는 ‘무손실 작전’을 기록한 배경이다.

세드릭 레이턴 전 미 공군 대령은 WSJ에 “쿠바 정보기관은 한때 체급 이상으로 싸우던 조직이었지만, 지금은 구식 정보 수집과 잘못된 가정에 갇혀 있다”며 “정보전의 승패는 기술이나 병력 문제일 뿐 아니라, 변화한 환경을 읽어내는 사고방식 문제”라고 평가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