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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마두로 축출에도 베네수엘라가 공포에 빠진 이유

조선비즈 현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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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마두로 축출에도 베네수엘라가 공포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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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약 13년간 독재를 이어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민주주의의 희망이 감도는가 했으나, 이내 공포 통제가 회귀하면서 국가가 삼엄한 분위기에 잠긴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연합뉴스

5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연합뉴스



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3일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되면서 베네수엘라는 잠시 축제 분위기였으나, 며칠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 정부가 강력 통제에 나서면서 언론인 구금, 민간인 체포가 횡행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5일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에 지지 의사를 보이는 세력을 검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상선포문’을 관보에 게시했다. 이 선포문에 따르면 시민들은 향후 90일간 ▲집회 및 시위 권리가 정지되며 ▲국내 이동이 제한되고 ▲필요 시 사유 재산이 압류될 수 있다. 효력이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탄압은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 후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은 슬픔을 안고 이 자리에 왔다”며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 거리 곳곳에는 무장 민병대 ‘콜렉티보스’가 검문소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마두로 정권까지 이어진 시민 탄압의 상징으로, 지난해 대선 직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주도한 바 있다. 이들을 비롯해 친정부 민병대의 규모는 자그마치 450만명에 달한다.

정부 보안군 또한 시민과 언론인을 상대로 무작위 검문을 집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전국언론노동자조합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구금된 언론인이 최소 14명으로, 이들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임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국회의사당에서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명은 외신 기자로, 일부는 휴대전화를 뺏겨 검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카라카스는 불안한 정적에 잠기고 있다. 주민들은 도시를 ‘일요일처럼 텅 빈 분위기’라고 총평하는가 하면, 과거 마두로 대통령의 공포 통치 시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자조적 평가도 나온다. 가명을 요구한 55세 여성 마리아는 WP에 “2024년 대선 직후와 똑같은 상황”이라며 두려움을 표했다.

이를 두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할 것”이라 장담한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미국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신경전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상태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자신을 ‘부패한 지도자’라 칭하며 정치범 석방을 요구한 릭 스콧 미 상원의원에 “‘외부 세력’은 없다”며 개입을 일축하는 태도를 보였다.

탄압 수위가 높아지자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국제사회의 감시를 촉구했다. 마차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로드리게스는 고문과 박해, 누적된 부패의 핵심 설계자 중 한 명”이라며 “매우 심각한 수준의 시민 억압이 이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현정민 기자(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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