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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을 명분으로 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메자닌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은 기업 경영에 필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자금조달은 지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희석과 주가 변동성을 유발하기도 한다. 때로는 특정 투자자와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기도 한다. [메자닌워치]는 공시 속 메자닌 발행이나 유증 등의 조건과 자금 사용 계획, 인수자 정체, 리픽싱 조항 등 핵심 내용을 분석하는 시리즈다. 필요 이상의 자금 조달, 반복되는 사채 발행, 관련자 간 지분 이동 등을 통해 주주 이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는 구조를 살피고자 한다. /편집자주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의 최대주주인 젬앤컴퍼니가 17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발표한 지 약 2주 만에 보유 주식을 처분해 채무를 상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 대신 주식으로 빚을 갚는 '대물변제' 방식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향후 유상증자 납입 능력에 대한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증 발표 직후 지분 매각…현금 대신 주식으로 빚 갚아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젬백스의 최대주주인 젬앤컴퍼니는 지난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에 걸쳐 보유 중인 젬백스 주식 16만 9739주를 장외매도 등의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번 처분으로 젬앤컴퍼니의 보유 주식 수는 기존 465만3816주에서 448만4077주로 줄었으며, 지분율 역시 10.90%에서 10.51%로 0.39%포인트 감소했다. 처분 단가는 2만8550원에서 2만9000원 선으로, 전체 처분 규모는 약 49억원 수준이다.
주목할 부분은 처분 사유다. 전체 처분 내역 중 4건이 '대물변제'로 명시됐다.
대물변제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 다른 자산을 양도하여 채무를 소멸시키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 채무를 제때 상환하기 어려울 때 활용된다.
젬앤컴퍼니는 앞서 지난 12월 24일 젬백스가 추진하는 17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대상자로 참여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납입일은 오는 2월 23일이다.
그러나 몇개월 뒤 수백억원의 현금을 투입하겠다고 공시한 최대주주가, 당장의 채무 수억원을 상환할 현금이 없어 경영권 지분을 활용해 빚을 갚았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대물변제 공시는 젬앤컴퍼니의 현금 유동성이 사실상 고갈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채 투자자가 곧 채권자… 얽히고설킨 자금 거래
이번 공시를 통해 젬백스 그룹의 자금 조달 구조가 단순한 외부 투자가 아니라는 정황도 포착됐다. 젬앤컴퍼니가 대물변제를 통해 주식을 넘긴 대상 중 하나인 '건양공업(주)'과의 거래 내역이다.
건양공업은 젬백스가 지난 12월 24일 발표한 제12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대상자 명단에도 포함된 법인이다. 당시 젬백스는 351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다고 밝혔으며, 건양공업은 이 중 20억원을 납입하기로 되어 있다.
이를 종합하면 건양공업은 젬백스의 최대주주(젬앤컴퍼니)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인 동시에, 젬백스가 발행하는 사채를 인수하는 투자자다. 최대주주의 빚을 갚는 과정과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 동일한 자금줄이 얽혀 있는 구조다.
이번 대물변제 대상에 포함된 '지엘케이에쿼티인베스트'와의 거래도 논란이다. 젬백스 그룹의 자금난이 계열사 전체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젬앤컴퍼니는 이번 공시에서 지엘케이에쿼티인베스트에 젬백스 주식 10만3626주(약 30억원)를 넘기며 채무를 상환했다. 문제는 지엘케이에쿼티인베스트가 젬백스의 계열사인 포니링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라는 점이다.
이는 '포니링크 → 지엘케이에쿼티인베스트 → 젬앤컴퍼니'로 이어지는 자금 대여 관계가 존재했다는 얘기다.
3분기 누적 1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포니링크의 자금이 손자회사를 거쳐 최대주주의 자금줄로 활용됐고, 결국 현금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주식으로 대신 갚는 '물타기'가 이루어진 셈이다.
포니링크 입장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여금으로 바뀌었다가, 최종적으로 변동성이 큰 지분증권으로 대체됐다.
향후 젬백스 주가 하락 시 평가 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최대주주의 유동성 위기가 계열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유동성 위기…젬백스 그룹 전체로 번지나
결국 이번 젬백스의 521억원 조달 계획이 순수한 신규 자금 유입이라기보다, 회사와 대주주를 둘러싼 기존 채무 관계를 재조정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공시가 나오기 전부터 시장에서는 젬앤컴퍼니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었다.
젬앤컴퍼니는 2024년 6월 말 기준 자산총계 127억7800만원, 부채총계 879억9000만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52억1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받을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된 대주주가 17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납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물변제 사례처럼 유상증자 납입 과정에서도 또 다른 형태의 자금 공여나 채무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유상증자 참여를 약속한 직후 보유 주식을 대물변제로 처분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금 사정이 급박하다는 방증"이라며 "납입일인 2026년 2월까지 실제 자금 조달이 이루어질지, 혹은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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