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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더 깎고 책임은 떠넘긴다”… 제약 CEO들, 약가 개편안에 집단 경고

헤럴드경제 홍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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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더 깎고 책임은 떠넘긴다”… 제약 CEO들, 약가 개편안에 집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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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바이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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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 도입 시 비자발적 가격경쟁 불가피
10곳 중 7곳 ‘수급안정 가산 위해 원료 직접생산 의향 없다’
혁신성 우대는 유명무실… 제네릭까지 약가 연동 반대 확산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를 둘러싸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격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약기업 최고경영자(CEO) 다수가 “의도하지 않은 가격 인하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약가제도 개편안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제약바이오기업 CEO 대상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 전환과 장려금 지급률 확대가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설문에 따르면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전환과 함께 장려금 지급률이 기존 20%에서 50%로 확대될 경우 회사의 경쟁 및 유통 전략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 59곳 가운데 54곳(91.5%)이 ‘비자발적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장려금 확대에 따른 요양기관의 일방적 협상력 강화, CSO 활용 확대 등 영업·유통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응답도 다수였다.


수급 안정 가산 제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했다. 원료 직접 생산이나 국산 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 생산을 통해 수급 안정 가산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 기업의 69.5%는 ‘원료 직접 생산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국산 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 생산에 대해서도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9.3%로 절반을 넘었다.

수급 안정 가산 항목과 가산율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타당하지 않다’는 응답이 52.5%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원가 보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과 함께 일시적 가산보다 상한금액 인상 등 구조적 안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필수 의약품이라도 국산 원료를 사용할 경우 가산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약가제도 개편과 함께 보완이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정 기준 유연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외에도 펀드 조성,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제조설비 및 품질관리 투자 지원, 필수의약품 및 공급 중단 방지 품목에 대한 우대 필요성이 언급됐다.


사용량과 약가를 연동하는 협상 대상에 제네릭이 포함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50개 기업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제네릭은 이미 약가 수준이 충분히 낮아 추가 인하는 이중 규제에 해당하며, 제네릭 사용 확대 자체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해외 주요국 제도가 신약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혁신성 가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대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49.2%로 가장 많았고, ‘증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6.8%에 그쳤다. 혁신성 분류 기준과 가산율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72.9%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혁신성 평가는 연구개발 비율뿐 아니라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임상시험 성과 등 연구 성과의 질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산기간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3년+3년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32.2%로 가장 많았다. 업계는 단기적 유인책보다는 예측 가능한 중장기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번 설문은 약가제도 개편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가격 인하 압박만 강화하는 구조로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