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말 춘천예현병원에 입원했다가 251시간 50분간 격리·강박당한 끝에 사망한 김형진(가명·45)씨의 입원 직후 모습. 간호사와 보호사에 의해 둘러싸여 강박당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CCTV 갈무리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입원 환자들에게 위법한 강박행위를 지시한 정신병원 간호사들을 징계하고 강박을 실행한 보호사들을 폭행 혐의로 수사하라고 권고했다. 이 병원은 2019년에도 부당한 입·퇴원 등에 의한 인권침해가 발견돼 인권위가 병원장 등을 검찰총장에게 고발했던 정신의료기관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13일 서울 동대문구 지혜병원장에게 환자에 대한 강박을 시행하면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소속 간호사에 대한 징계와 소속 직원에 대한 정기적인 인권교육 실시를, 동대문구청장에게는 환자의 격리 및 강박 시행 과정에서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병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서울동대문경찰서장에게는 이 병원 보호사 3인의 강박행위에 대해 폭행 혐의로 수사할 것을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 병원에 입원했던 진정인 ㄱ, ㄴ, ㄷ씨는 보호사들이 자신의 얼굴에 담요를 덮어놓고 강박하고 폭행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ㄱ씨의 경우 “휴대폰으로 도박한다는 이유로 휴대폰을 수거당하고 이후 보호실에서 5포인트 강박을 당하면서 보호사가 담요를 얼굴에 덮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후 본인이 스스로 강박 끈을 풀었다”고 주장했다. ㄴ씨는 ㄱ씨가 보호실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간호사실 문고리를 발로 차고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보호실에서 보호사들이 발로 밟고 얼굴에 담요를 덮었다고 했고, ㄷ씨는 ㄴ씨가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하며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했다. 5포인트 강박이란 양손과 양발에 가슴까지 묶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지혜병원 쪽은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들의 저항이 격렬해 간호사들이 다치는 등 안정이 어려운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므로 과도한 강박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일부 피해자는 보호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호사의 장딴지를 물었고, 강박 시행 과정에서는 가래침을 보호사들 얼굴에 뱉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이숙진 상임위원)는 간호사들이 피해자를 주먹으로 가격하거나 목 부위를 잡고 보호실로 이동시키고 얼굴을 무릎으로 누르며 강박하는 행위, 발길질, 베개로 얼굴을 덮는 행위 등은 정신건강복지법이 금지하는 가혹행위에 해당하고, 치료·보호 목적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이 요구하는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한 지혜병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강박이 병원 기록과 다르게 24분을 초과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4포인트 강박’을 지시했음에도 ‘5포인트 강박’이 시행되는 등 부적합한 점도 확인했다.
정신의료기관에서의 격리·강박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하에 최소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간호사는 그 지시가 현장에서 엄격히 준수되도록 통제하고 정확히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 병원 간호사는 이를 소홀히 하여 징계가 필요하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불가피한 경우가 있더라도 폭행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으며, 특히 폐쇄적 환경에서는 절차 준수와 기록의 정확성, 책임 있는 관리체계가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최소 장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혜병원은 2017년 개원했으며 299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인권위는 2019년에도 이 병원에 대해 부당한 입·퇴원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발견하고 직권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직권조사 결과 지혜병원은 보호입원에 따른 입원적합성심사 및 계속입원심사를 회피하고자, 치료에 비협조적이었던 피해자 다수를 동의입원하도록 유인·강요하였으며, 의사소통이 어려운 피해자들도 각각 동의입원 및 자의입원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폐업 등으로 타 병원에서 전원된 환자들도 대부분 자의·동의입원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당시 인권위는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를 통해 병원장을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혐의로, 이 병원 소속 전문의 1명을 불법감금 혐의로, 관리부장과 원무과장을 각각 형법에 따른 폭행 및 협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구급차의 용도 외 사용 및 응급구조사 동승 의무 위반 혐의로 검찰총장에 고발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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