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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집중호우···이상기후에 흔들리는 전북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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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집중호우···이상기후에 흔들리는 전북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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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은 줄고 경영비는 늘어···23년 이어진 ‘장수 사과 체험’ 종료
전북 장수군의 한 과수원에서 농민이 탄저병에 걸린 사과를 가리키며 장수농업기술센터 직원에게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장수군의 한 과수원에서 농민이 탄저병에 걸린 사과를 가리키며 장수농업기술센터 직원에게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장수군에서 23년간 이어져 온 ‘사과 수확 체험’ 프로그램이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장수 사과의 우수성을 알리고 도시와 농촌을 잇던 상징적 행사가 사라지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사과가 더 이상 예전처럼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가 농업 생산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농민의 생존 기반까지 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7일 전북도농업기술원이 도내 14개 시·군 570개 농가를 대상으로 5년간 추적 조사 중인 ‘기후변화 대응 작물 변동 분석’ 2년 차 보고서를 보면 기후 위기는 이제 농가 경영의 변수를 넘어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았다.

사과는 서늘한 기후와 큰 일교차 속에서 색과 당도를 키우는 작물이다. 그러나 최근 전북 지역에서는 열대야가 잦아지고 봄철 냉해가 반복되면서 생육 환경이 급격히 바뀌었다. 색이 고르지 않거나 껍질이 터지는 등 상품성이 떨어진 사과가 늘자 체험객 민원이 이어졌고 장수군은 결국 체험 행사 종료를 결정했다.

박광섭 장수군 농업기술센터 과수지도팀장은 “수확의 기쁨을 나누던 자리였지만 이제는 품질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며 “기온 변화로 비상품 사과가 늘면서 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졌고 아쉽지만 체험 종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품목별 분석에서도 사과는 고온과 저온 피해를 동시에 입으며 기후 취약성이 가장 큰 작물로 꼽혔다. 인삼과 포도, 일부 아열대 작물 역시 기상 이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농촌의 일상적 풍경을 이루던 작물들이 기후 변화와 함께 전북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평가다.

기후 위기는 농가 경제의 부담도 키우고 있다. 조사 결과 올해 전북 농가의 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반면 냉방·차광·방재 시설 등 기후 대응 투자가 늘면서 농가당 평균 시설 투자비는 629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5.0% 증가한 수치다.


투자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본을 투입해 시설을 보강한 일부 농가는 ‘특상’ 물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력이 없는 소규모·고령 농가는 비상품 비중이 늘며 경영 압박이 커지고 있다. 기후 위기가 농촌 내부의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민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이었다. 응답자의 41.0%는 현행 보험 제도로는 반복되는 기상 이변 피해를 충분히 보전받기 어렵다고 답했다. 피해 산정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보상 절차도 까다롭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전북도농업기술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권역별·품목별 맞춤 대응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경원 작물식품과장은 “농가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 대안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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