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경색된 채 수삼년(數三年)이 지난 가운데 올해 남북 정상의 신년 메시지에서도 별다른 대화의 단초가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1주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전단 살포와 드론 침공 등에 대해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종북몰이와 이념적 대립을 일으킬까 걱정돼 말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 단절에 책임 있는 쪽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다. 불순한 적대행위는 윤석열 정권이 했지만, 국가 차원의 사과를 정통성 있는 정부의 수반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이 하면 된다. 그것이 내란 청산의 일환이기도 하다.
해방 후 가장 우호적인 남북 관계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직접 만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으로 기록됐다. 김 대통령의 인내와 일관된 햇볕정책의 성과였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2018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 15만여명이 꽉 들어찬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김 위원장의 안내로 연설했다. 그는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합의했다”고 9.19 군사합의를 천명했다.
쿠데타 정권에 대해서는 북측도 대화보다는 공격적 태도를 취했다. 북측이 남한 정상에 대해 처음으로 암살을 기도한 것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973년 5월 7.4 남북공동성명을 협상하기 위해 밀입북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극단주의자들이 군사적 모험을 감행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당시 허봉학 대남 담당 비서와 김창봉 민족보위상을 문책 숙청했다고 부연했다. 그 후에도 김 주석은 “우리가 박정희를 죽인다고 남조선이 없어지겠소, 나를 죽인다고 우리 공화국이 없어지겠소?”라고 말한 것으로 남북고위급회담의 문서를 통해 알려졌다.
북측이 남한 정상을 표적으로 벌인 공격의 최대 피해는 1983년 10월 미얀마의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였다. 북측은 80년 5.18 광주민중항쟁에 발포 진압하고 내란 정권을 세운 지 3년 되는 해 미얀마를 국빈 방문한 대통령 전두환을 암살하려 기도했다. 전두환의 도착이 지연된 가운데 먼저 가 있던 각료 등 17명이 희생당한 만행이었다. 북한은 이 테러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그 후 북한 정상의 대남 사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0년 9월 소연평도에서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총격 사살한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실망을 준 점에 대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청와대에 전한 메시지로 발표됐다. 그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BBC 방송과 가디언지 등 외신들은 북한 정상의 매우 이례적인 사과라고 평가했다.
칭찬은 사람을 머무르게 하고 사과는 손을 내밀게 한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대전환하기 위해 이제 대한민국 국가수반이 북측에 사과하고 대화의 단초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상호 방문까지 이루어 새로운 차원의 한반도 평화 번영을 안착시키기 소망하지 않는 국민이 있겠는가.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ESG실천국민연대 상임의장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