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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봄, 그린란드의 개썰매…2026년 자본시장 ‘킬 버튼’ 될까 [홍길용의 화식열전]

헤럴드경제 홍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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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봄, 그린란드의 개썰매…2026년 자본시장 ‘킬 버튼’ 될까 [홍길용의 화식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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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8월 21일 새벽.

프라하 상공에 소련군 An-24 수송기가 접근했다. 수송기는 프라하 공항 관제탑에 기기 이상으로 비상착륙을 요청했다. 동맹국 항공기의 구조 요청에 체코슬로바키아 당국은 착륙을 허용한다.

수송기에는 소련 7근위공수사단 병력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착륙한 수송기에서 내린 소련군은 재빨리 프라하 공항을 장악한다. 이후 소련군 수송기들이 잇따라 프라하공항에 내린다.

하루 전인 8월 20일 밤 소련을 중심으로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등 바르샤바조약기구(WTO) 통합군 20만 명과 5,000대의 탱크는 이미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을 넘고 있었다. 상호방위조약을 기본으로 한 WTO의 가입국이던 체코슬로바키아가 동맹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진압하기 위해 진입한 소련군 탱크 (자료:구글 제미나이)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진압하기 위해 진입한 소련군 탱크 (자료:구글 제미나이)



1955년 체결된 WTO 조약을 보자. 소련과 WTO 연합군이 헝가리나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할 근거는 찾기 어려웠다.

● 제1조 국제 분쟁을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

 ● 제8조 회원국은 서로의 독립과 주권을 존중하며, 상대방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준수한다.

소련은 이날의 군사 작전을 전쟁이 아니라 ‘다뉴브 작전(Operation Danube)’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면서 조약 문구 대신 사회주의 대가족주의 논리를 내세웠다.


요약하면 “특정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로 회귀하려는 시도가 발생하는 것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진영에 대한 위협”이란 내용이다.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이름을 딴 ‘브레즈네프 독트린(Brezhnev Doctrine)’이다. 사회주의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별 국가의 주권은 제한될 수 있다는 일명 ‘주권 제한론’이다. 한 마디로 ‘배신자에 대한 공동 대처’다.

브레즈네프 닮아가는 트럼프

2026년 1월 5일(현지시간)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린란드에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느냐”

밀러 부실장의 답은 섬뜩했다.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현실 세계는 힘과 무력,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영토다. 덴마크는 미국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WTO처럼 나토도 상호방위와 만장일치가 기본 틀이다.

한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에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약속의 해석은 강자가 주도한다. 나토 조약을 보자.

● 제4조 체약국 중 어느 한 나라의 의견으로, 체약국 중 어느 한 나라의 영토적 무결성,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될 때마다 체약국들은 함께 협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국가안보 관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고, 유럽연합(EU)은 우리가 그것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린란드 도처가 러시아, 중국 선박으로 뒤덮여 있고, 덴마크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그린란드의 안보 강화를 위해 (덴마크는) 개 썰매 하나를 추가했을 뿐이다”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으니 그린란드를 미국이 점령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트럼프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덧붙였다.

“2개월 안에 그린란드 문제를 다룰 것이다. 20일 후에 그린란드에 대해 이야기 하자”

조약에 명시된 협의라는 형식을 거쳐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만하다. 트럼프와 JD밴스 부통령은 앞서 여러 차례 유럽의 정치 현실을 비판했다. 정리하면 “유럽이 제대로 못해 미국 안보가 위협받으니 그린란드는 우리가 차지를 해야겠다”다는 흐름이다.

새로운 국제 질서…“힘으로 차지하라”
1938년 9월 29일,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힘으로 점령했다. 1차 대전 패전국으로 무장에 제한이 있었던 독일의 군사 행동은 국제법에 어긋났지만 확전을 원치 않았던 영국과 프랑스는 뮌헨 협정(Munich Agreement)으로 이를 미봉(彌縫)했다.

히틀러는 힘에 의한 질서 변경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1939년 9월 1일 독일 군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도미노를 유발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난제도 여기에 있다.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무력으로 획득한 게 인정된다면 이는 또다른 전례가 된다. 미국은 이를 용인하려는 쪽이다.

지난 4일 미군은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르(Nicolas Madur)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미국은 당분간 베네수엘라를 직접 관리(run)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밀러 부실장의 그린란드 발언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행동 직후에 나왔다. 도미노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군사작전’을 감행한다면 과연 미국은 어떤 명분으로 이를 비판하거나 저지할 수 있을까?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는 먼 나라 얘기일까? 국제 정치 문제여서 우리의 일상과는 관계가 없을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안보와 경제는 더 이상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는 경제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해 TSMC를 통제한다면 어떻게 될 지 생각해보자.

파티는 즐겨야 하지만…언젠가 음악은 멈춘다
살벌한 국제 정치 흐름과 달리 2026년 증시는 쾌조의 출발이다. 한국(KOSPI)은 물론 미국(S&P500)도 사상 최고가 행진이다. 지난달까지 팽배하던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도 마치 사라진 듯하다.

사람들은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며 투자에 열심이다. 증권사들의 전망을 보면 한국 증시는 아주 긍정적이다. 미국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과연 시장은 이대로 계속 상승할 수 있을까?

자산 가격은 많이 상승했고, 차입(leverage)과 쏠림(미국, AI 등)도 심각하다.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에 금리가 내려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차입과 쏠림이 긴축을 만나면 거품에는 치명적이다.

위험은 존재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 대중은 이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장이 언젠가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험의 현실화를 촉발할 ‘방아쇠(trigger)’다. 거품 해소 초기 국면에서는 선(先) 탈출이 최선이지만, 어떤 방아쇠가 언제, 누구에 의해 당겨질 지 시점을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1년여 전인 2007년 7월 당시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였던 척 프린스(Chuck Prince)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음악이 계속 연주되는 한 우리는 춤을 출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도 춤을 추고 있다”

(As long as the music is playing, you‘ve got to get up and dance. We’re still dancing)

이미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등 파생상품의 부실 위험이 인지되고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수익 추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일종의 고백이었을까?

섣부른 비관론을 펼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장에 어떤 위협이 있는 지는 고민할 때로 보인다.

2026년 시장을 위협할 요소들
1월 말이면 미국 연방정부 예산 지출이 다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칫하면 또 폐쇄(shut-down)이다. 1분기 중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보편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위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수장도 1분기 내에 확정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와 물가 모두 온도가 높은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종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충실한 연준 의장이 탄생한다면, 통화정책의 적절성을 넘어 연준의 독립성 자체가 의심받는 국면으로 갈 수 있다. 연준 통화정책의 적절성을 넘어 독립성이 의심된다면 달러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만에 하나 미국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 온 글로벌 안보 질서가 통째로 흔들리는 대사건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미 나토에 가입한 발트 3국을 통해 팽창을 시도할 수 있다. 중국은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명분을 갖게 된다. 이 경우 글로벌 자산은 극도의 위험 회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조차 안전자산이 되기 어려운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최근 전세계 자금 상당 부분이 미국에 집중됐다. 일부 핵심 종목 쏠림도 심하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미국 주식과 채권에 몰렸던 글로벌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반 투자가 보편화된 만큼, ETF·파생상품을 통한 연쇄 반응은 과거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 누군가 매도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장은 집단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제국주의, ‘두 얼굴’의 미국
끝으로 미국이 과연 동맹인 서방을 상대로 모험을 감행할 지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살펴보자.

1823년 12월 2일,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은 의회에 메시지를 보낸다.

“유럽 열강은 아메리카 대륙에 개입하지 말라”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이다. 사실 먼로 대통령 당시 미군의 수준은 영미전쟁(1812~1815) 때 수도인 워싱턴DC이 영국군에 점령당할 정도였다. 당시 먼로의 선언을 달리 풀면 “제발 우리 괴롭히지 말라”다.

먼로 독트린 이후 75년이 지난 1898년 4월 21일 미국-스페인 전쟁이 발발한다. 그 사이 힘을 키운 미국은 힘이 약해진 ‘식민지 대국’ 스페인을 먹잇감으로 삼하 제국으로 도약한다. 20세기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 제국들을 꺾고 초강대국으로 성장한다.

미국은 ‘만만한’ 먹잇감 앞에서는 설령 동맹이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팽창은 대부분 서방 동맹국을 상대로 한 전쟁 승리 위에서 이뤄졌다. 미국이 소련이나 중국을 상대로 큰 전쟁을 벌인 적은 없다. 베트남에서도 이라크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군은 승리하지 못했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캐나다에 도발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아주 이상하지는 않다.

글로벌 질서에서 약속보다 힘이 앞서는 순간, 안보와 통화가 동시에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진짜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