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돈을 내고 쓰레기를 버린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구매를 통해서다. 그런데 매일 넘쳐나는 쓰레기들을 보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서울시의 가정용ㆍ생활쓰레기용 20리터(L) 기준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은 490원. 그 재원으로 쓰레기 처리 비용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자기의 행위 또는 사업활동으로 인해 환경오염의 원인을 야기한 자는 그 오염의 방지와 오염된 환경의 회복 및 피해구제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함을 원칙으로 한다."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 '오염원인자의 비용부담책임' 원칙을 설명한 내용이다.
이 원칙은 다양한 제도에 적용되고 있는데, 1995년 1월부터 시행한 '쓰레기 종량제'도 그중 하나다. 이전에는 정부가 주택의 크기와 재산세액을 기준으로 쓰레기 배출 수수료를 책정했다. 그러던 1995년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 '실제 배출하는 폐기물의 양'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쓰레기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품의 분리배출을 촉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었다.
문제는 '오염원인자의 비용부담책임'이라는 원칙이 쓰레기 종량제에 잘 녹아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지 만 30년이 흐른 지금, 이 원칙은 유명무실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오염원인자의 비용부담책임'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쓰레기의 수집ㆍ운반ㆍ처리 비용이 종량제 물품 판매 수입으로 얼마나 충당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쓰레기 종량제 주민부담률(이하 주민부담률)'이라는 지표를 통해서다.
정부는 종량제 물품(가령 종량제 봉투)을 사용한 가정에서 배출한 혼합폐기물의 수집ㆍ운반ㆍ처리에 쓴 비용을 '수집운반처리비'라고 규정하면서 종량제 물품 판매 수입으로 수집운반처리비를 얼마나 감당하고 있는지 그 지표를 '쓰레기 종량제 주민부담률'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부담률이 100%에 가까울수록 '오염원인자의 비용부담책임'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뜻이고, 주민부담률이 0%에 가까울수록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 쟁점① 개선 안 되는 주민부담률 = 먼저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기준으로 10년간 주민부담률 변화를 살펴보자. 2014년 전국 평균 26.3%였던 주민부담률은 2019년 33.0%로 정점에 도달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3년 27.2%를 기록했다. 10년 전에 비해 고작 0.9%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셈이다.
광역 지자체별로 보면 2023년 기준 주민부담률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광역시(56.7%)였다. 다음은 울산광역시(56.4%), 대전광역시(51.1%), 부산광역시(44.9%), 대구광역시(40.6%), 인천광역시(40.3%), 서울특별시(39.3%) 순이었다.
반면 주민부담률이 가장 낮은 곳은 전남도(13.4%)였다. 충남도(14.5%)와 세종특별자치시(14.7%), 경북도(16.8%), 강원도(16.9%), 전북도(17.3%) 역시 20%가 채 안 됐다. 이들을 포함해 충북도(20.4%)와 제주특별자치도(22.4%), 경기도(24.2%)를 포함한 9개 광역 지자체의 주민부담률은 평균치(27.2%)를 밑돌았다. 경남도(29.3%)는 겨우 평균치를 넘겼다.
■ 쟁점② 비용과 수입의 불균형 = 이번엔 주민부담률을 구성하는 '비용(수집운반처리비)'과 '수입(종량제 물품 판매 수입)'의 변화를 보자. 전국 평균 비용은 2014년 2조672억원에서 2023년 3조8239억원으로 10년간 85.0% 증가했다. 증가율이 큰 곳은 세종(313.6%)과 강원(123.9%), 서울(101.8%)이었다. 증가율이 작은 곳은 대전(26.6%), 제주(33.2%), 광주(36.7%)였다.
전국 평균 수입은 2014년 5430억원에서 2023년 1조420억원으로 91.9% 늘었다. 증가율이 큰 곳은 세종(413.9%), 충북(203.6%), 대구(186.2%)였다. 증가율이 작은 곳은 울산(50.2%), 서울(71.2%), 경남(76.1%)였다.
비용 증가율(85.0%)보다 수입 증가율(91 9%)이 높다는 건 2014년보다 2023년 주민부담률이 일부 개선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4년 대비 2023년 주민부담률은 0.9%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전체 비용이 전체 수입의 3.7배(2014년 3.8배)에 달한다는 점은 주민부담률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쟁점③ 수도권 제 역할 하고 있나 = 특히 서울과 경기의 비용은 각각 5291억원과 1조669억원이다. 전체 비용(3조8239억원)의 13.8%와 27.9%에 달한다. 두 지자체가 전체 비용의 41.7%를 차지한다. 같은 해 서울과 경기의 수입은 각각 2085억원과 2581억원으로, 전체 수입(1조420억원)의 44.8%다. 수입으로 비용을 잘 충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2014년 대비 비용 증가율을 보면 서울과 경기는 각각 101.8%, 96.2%다. 그런데 2014년 대비 수입 증가율은 각각 71.2%, 87.9%다. 서울과 경기가 전체 비용과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수입의 증가가 없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4년 대비 2023년 주민부담률을 보면 서울은 46.4%에서 39.4%로, 경기는 25.3%에서 24.2%로 하락했다.
종합하면 주민부담률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주민부담률 편차도 크다. 비용 총액이 수입 총액보다 월등하게 많다는 점도 고질적 문제다. 그렇다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침체 장기화 국면에서 사람들이 이를 '증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참고: 현재 종량제 봉투 가격은 지자체마다 다르게 책정돼 있다. 20L 생활쓰레기용 규격봉투 1장의 판매가격은 최저 140원에서 최고 3000원까지 책정돼 편차가 크다. 하지만 대부분은 300~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 종량제가 지향하는 '오염원인자의 비용부담책임' 원칙은 쓰레기 배출량의 관리는 물론,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2026년부터 수도권에는 종량제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지금이라도 '주민부담률'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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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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