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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생존 달린 에너지믹스, 정치논리에 휘둘리면 안된다

헤럴드경제 한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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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생존 달린 에너지믹스, 정치논리에 휘둘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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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여부 금일 판결 안해
AI 시대 전력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원전 주목도↑
美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건설…日은 재가동
AI 3대 강국 천명한 韓은 신규 원전 2기 건설 재검토
지난해 초 이뤄진 여야 합의 1년도 되지 않아 뒤집어
신규 원전 건설 무산 시 전력 수요 대응 타격 예상
AI 시대 원전·재생에너지 결합한 ‘에너지믹스’ 필수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전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AI 산업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이 가동되기 위해선 대규모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주요 국가들은 전력 생산원으로 ‘원자력 발전(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기상 조건에 영향받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탄소 배출이 없다는 장점을 인식한 것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기존 원전의 사용 기간을 연장하고,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원전 설치 용량을 미국의 2배가 넘는 200GW(기가와트)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멀리했던 일본마저 지난해 말 가시와자키 원전 6호기의 재가동을 결정했다. 한때 탈원전을 외쳤던 스웨덴은 지난해 5월 신규 원전 4기와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글로벌 3대 AI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신규 원전 2기 건설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계획안이 1년도 되지 않아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달에 진행할 토론회를 기점으로 계획을 수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초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지난해 말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가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 합의안을 뒤집은 결과 신규 원전 건설은 빨라야 내년에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결정 지연과 같은 변수가 발생할 시 건설 시기는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신규 원전 건설이 무산될 시 우리나라는 전력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AI는 일반 데이터 처리보다 많은 전기를 소모한다. AI 장비 1대당 필요한 전력 밀도 역시 기존 IT 장비보다 몇 배 이상이다. 이로 인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4.5GW에서 2028년 6.2GW로 연평균 11%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용인 반도체 단지 1곳에서만 국내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16%에 달하는 16GW가 필요하다. 막대한 전력을 오직 재생에너지로만 감당한다면, 우리나라의 AI·반도체 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결국 AI 시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지 위해선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적절히 조합한 공급 체계를 통해 데이터센터는 물론 반도체 산단에 전력을 끊임없이 공급하는 것이다.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력 공급 문제를 ‘보수는 원전, 진보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이분법적인 정치논리로 결정할 시, 글로벌 3대 AI 강국이란 목표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부작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공장들은 전기요금 부담과 전력 부족을 이유로 해외로 떠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 때처럼 국내 원전 경쟁력은 또다시 고사 상태로 내몰릴 수 있다.

현 정부는 모든 국정 과제에서 실용을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원전 정책이 정치 의제가 돼버렸다”며 “과학 논쟁을 하는 데 왜 내 편, 네 편을 가르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이 AI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정치논리를 떠나 에너지 믹스가 생존의 필수 요소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