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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희토류와 銀

머니투데이 김성재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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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희토류와 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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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10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영토분쟁이 벌어졌다. 일본 순시선이 중국 어선의 선장을 체포해 중일간 외교갈등이 격화했다. 중국 정부는 보복조치에 나섰다.

일본제품 불매와 더불어 희토류 수출중단이란 강력한 보복수단을 선보였다.

중국의 수출통제는 세륨, 네오디뮴, 디스프로슘에 집중됐다. 세륨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장치에 필수다. 반도체 웨이퍼와 같은 정밀유리 연마에도 없어서는 안 된다. 수출중단은 일본 소재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대만의 반도체 생산라인에도 큰 타격을 가한다.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은 강력한 자성을 지닌 영구자석 제조에 쓰인다. 네오디뮴 자석은 자기력이 매우 강해 전기차나 풍력발전기, 로봇과 스마트폰 구동에 필요한 첨단모터의 구동을 가능하게 한다. 디스프로슘은 고온에서 모터의 자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돕는다.

중국은 미래 전자·항공·군수의 핵심원료인 이들 희토류 자원의 생산과 가공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산업생산의 목줄을 쥐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전만 해도 희토류 생산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채굴과 정제과정에서 극심한 환경오염을 유발하지만 수요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1990년대까지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으로 생산을 주도한 미국의 마운틴패스 광산은 낮은 채산성을 이기지 못해 2002년 채굴을 중단했다. 반면 전기차와 배터리의 제조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희토류 생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장기적 안목에 기반한 중국의 전략적 투자는 21세기 들어 빛을 발했다. 개인용 컴퓨터 보급확대와 휴대폰,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희토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의 희토류 시장점유율도 나날이 높아져 2010년 영토분쟁 직전에는 97%에 달했다.

중국이 수출중단 조치를 취하자 2010년 하반기부터 희토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듬해 중반까지 세륨 가격은 ㎏당 5달러에서 67달러로 13배 상승했고 네오디뮴 가격도 7배 올랐다. 디스프로슘 가격도 10배 안팎 급등했다.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대체 공급지와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희토류 가격은 안정을 되찾았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수출중단을 위법으로 판정하자 중국도 수출쿼터를 폐지했다. 하지만 2025년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하며 네오디뮴 가격은 ㎏당 140달러로 상승했다.


㎏당 수백 달러 수준이던 디스프로슘 가격도 지난가을 780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MP머티어리얼스 지분을 인수해 마운틴패스 광산을 재가동했다. 호주와 각국 정부도 희토류 생산확대에 전력투구한다. 시간이 지나면 희토류 가격은 다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은(銀)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은 공급 점유율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시장은 또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상품가격을 좌우하는 것은 자극적인 뉴스가 아니라 경제펀더멘털이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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