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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입찰 담합 혐의’ 제약사 6곳, 대법원서 무죄 확정

조선비즈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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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입찰 담합 혐의’ 제약사 6곳, 대법원서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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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약국. /뉴스1

서울 시내 한 약국. /뉴스1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제약사 6곳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은 ‘들러리 입찰’이 있었다고 봤는데, 법원은 정부가 백신을 적시에 공급받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4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레에 관한 법률 위반, 입찰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디스커버리,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유한양행, 광동제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제약사 6곳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함께 기소된 각 제약사 임직원도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검찰은 6개 제약사와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의 자궁경부암 백신 등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가를 사전에 공모하고 다른 도매 업체를 들러리 세워 공정경쟁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에서는 녹십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각 70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 각 5000만원,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 각 3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6개 제약사 전·현직 임직원에게도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각 담합은 백신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백신 제조사와 의약품 유통업체가 조직적·지속적 담합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반면 2심에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백신 제조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으로부터 국내 총판인 SK디스커버리,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유한양행, 광동제약 등이 백신을 공급받는 구조를 고려한 판결이다.


백신 업계에서는 제조사가 기존 거래 관계가 있는 유통업체에만 공급확약서를 발급해주는 관행이 형성돼 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제약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동 판매사였으므로, 이들이 방해할 다른 업체와의 경쟁이 사실상 없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당시 백신 적시 공급이 매우 중요한 이슈였고, 공급 차질이 청와대까지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청이 파악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수의계약이 아닌 입찰을 실시하고, 그 경우 단독 입찰이 되어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근본적으로 독점 공급되는 백신까지 굳이 입찰을 진행하도록 한 제도 미비 문제는 아니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유아용 결핵(BCG) 백신을 수입하는 한국백신 등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2019년 9월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제약사 6곳이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혐의가 있다며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뒤 수사를 이어갔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BCG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과 2심에 이어 2024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한국백신 외에 백신을 수입할 수 있는 다른 국내 제약사가 없었고, 낙찰 금액도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정한 추정 단가에 근접한 금액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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