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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캐빈’ 현지은·강소연 “남겨진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밖에 없어요”

스포츠W 임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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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캐빈’ 현지은·강소연 “남겨진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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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가을]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리딩 공연 당시 구조를 바라는 신호인 ‘메이데이’를 제목으로 정했던 창작진은 본 공연을 올리는 과정에서 오두막(Cabin)과 동시에 항공기 선실(Cabin)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착안해 ‘캐빈’이라는 제목을 제안받았고, 이를 받아들여 데이의 기억 속에 있는 마이클의 아들에게 ‘캐빈’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인물의 작명 과정에서도 고민이 깊었다. ‘캐빈’이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길 바랐던 창작진은 등장인물들에게 최대한 흔한 이름을 붙였고, 나이대도 인물의 개성을 살려 각각 상반되게 설정했다.



(현지은 작가) “행크의 나이는 비교적 고정적이었어요. 장성한 아들을 둔 아버지의 나이대였는데 배우분들의 실제 자녀들의 나이대에 따라서 연기 톤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반면 잭의 연령대는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난 뒤 세상에 지친 사람일 수도 있고, 사회 초년생의 도전과 패기가 꺾여서 상처받은 사람일 수도 있어서 열어둔 편이죠.”

첫 장면에서 데이와 마이클을 가두었던 오두막은 모든 진실이 드러나고 난 후 잭과 행크가 사이코드라마를 행하는 무대로 변모하게 된다. 여기서 사이코드라마란 연극을 활용한 정신 치료 기법이다. 개인이 겪고 있는 내면적인 갈등이나 문제 상황을 즉흥극으로 표현하며 해소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리학과를 전공한 현 작가는 작품의 주 소재인 사이코드라마를 수업 중 알게 되었고, 이에 흥미를 느껴 극화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수업 중 사이코드라마라는 게 있다는 걸 소개만 해 주셨는데, 흥미를 느껴서 저 혼자 공부를 했어요. 돌아보니까 제가 제일 처음 썼던 대본도 대학교에서 교양 연극을 들었을 때 사이코드라마의 기법으로 푼 대본이더라고요. 이 방식을 무대에서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기에 꾸준히 공부했던 것들을 무대에 많이 녹이려고 했었어요.”

사이코드라마를 기억이 없는 데이의 시점에서 진행하며 진실과 거짓을 추리하게 만드는 심리 스릴러극의 형태를 표방한 이유로는 트라우마를 직면하는 심리적 압박을 이유로 들었다.

“트라우마를 직면하는 과정에서 원인과 이유를 찾고, 그 책임에 나는 없었는지 돌아보며 심적으로 굉장히 압박을 받는 분위기가 장르로 치환한다면 스릴러처럼 느껴졌어요. 또 사이코드라마를 우리말로 ‘연극 치료’로 치환했을 때 나의 트라우마를 무대 위에 세워놓고 직면하는 과정 역시 스릴러의 문법과 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전개의 초반부가 스릴러 장르가 되었죠.”




이러한 스릴러 장르는 대부분 따뜻한 작품에 곡을 썼던 강 작곡에게 가장 도전적인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렇게 마이너틱한 음악을 계속 쓰는 작품은 처음”이라고 말한 그는 가장 어려웠던 넘버로 마지막 곡 ‘’그 속에서 우리는’을 손꼽았다.

“연습실에서 제일 오래 붙잡았던 넘버거든요. (웃음) 앞에 곡들이 다 마이너틱하다가 이 곡에서 해소를 해야 되는데, 또 앞선 악곡들의 분위기와 너무 뜨면 안 되니까 중심을 잡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배우분들이나 연출님의 의견도 받으면서 수정을 엄청 많이 거쳤는데, 결국 처음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서 첫 느낌을 믿어줘도 되겠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되었죠.”

극의 흐름을 따라 잭의 기억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그가 새로운 인격 ‘데이’를 만들게 된 계기를 마주하게 된다.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소년 캐빈과 짧은 인연을 맺었으나, 사고 당시 그를 붙잡았던 손을 놓치고 홀로 살아남아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 것.


잭과 캐빈이 가족, 애인, 친구처럼 깊은 관계가 아니었으며, 잭이 캐빈을 구하지 못한 것 또한 불가항력적인 일이었음에도 괴로움에 깊이 잠식된 잭의 심리에 대해 현 작가는 대본을 쓰고 공연을 보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잭은 혼자 외롭게 비행기를 탄 사람이었고, 그래서 옆에 있었던 캐빈의 위로가 큰 온기로 다가왔을 거예요. 만약 그 사고가 없었다면 잭은 캐빈을 기자를 꿈꿨고 의료 봉사를 다녀왔던 아버지를 둔 멋진 친구, 쓰러지던 날 붙잡아준 좋은 친구로 기억했겠죠. 근데 이렇게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던 거예요. 남겨진 사람들은 늘 후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행크 역시 잭과 마찬가지로 사고로부터 남겨진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가 아들 캐빈을 비행기 사고로 잃은 후 추모관에서 마주한 잭에게 ‘다시는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날카롭게 말을 뱉는 장면은 이성적인 그가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있는지 보여주는 순간이다.

“당시 행크의 분노가 잭을 향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향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의 죽음이라는 건 너무나 갑자기 찾아오는 거라서 우리는 그냥 보통의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봤을 때 ‘내가 왜 마지막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하고 후회할 수밖에 없는 게 살아있는 사람들이니까요. 행크도 늘 환자를 대면하는 의사이지만 이게 내 일이 됐을 때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고, 처음에는 날선 마음에 잭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서 그렇게 말을 했지만, 본인이 말로 상처를 준 걸 알았기 때문에 사실 캐빈의 편지가 오지 않았더라도 잭을 다시 찾아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강 작곡이 ‘캐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기도 한 마지막 장면은 별다른 대사 없이 행동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남기며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 작가는 “삶이 고통스러운 걸 알면서도 나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동행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행크의 손을 잡고 무대 아래로 천천히 발을 내딛는 잭의 모습을 떠올렸다.

“함께 걷는 걸음이 쌓여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캐빈’의 결말은 멈춰진 시간을 되돌리는 시작이기 때문에 그 무대를 내려간 잭과 행크의 삶이 막연한 해피엔딩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장면이에요.”



‘캐빈’과 함께하는 과정에 대해 “비극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의 답을 찾을 수 있어 스스로도 특별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한 현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찾은 답을 묻자 “남겨진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는 말을 돌려주었다.

“제게 비극은 날카롭고 큰 덩어리가 내 어깨를 누르는 느낌이에요. 그 덩어리에 찔려서 상처를 많이 입지만, 시간이 지나면 크기가 작아져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라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베일 수도 있죠. 그렇게 한 손을 다치면 남은 손으로 혼자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기 어렵잖아요. 이 때 내 손을 잡고 치료해줄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이 상처를 조금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나 역시도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캐빈’에 이어 어떠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현 작가는 자기 자신이 궁금한 이야기를, 강 작곡은 또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작품을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캐빈’을 만날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현지은 작가) “사이코드라마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 연극 치료를 함께 봐주는 관객이라는 요소가 필요해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캐빈’과 잭과 행크의 사이코드라마, 두 극의 관객으로서 함께해 주신거죠. 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한 번도 진지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어요. 신중하게 진행한 과정의 끝이 무대로 표현되는 과정을 함께해 주시고 공감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강소연 작곡) “무거운 주제이지만 결국 따뜻한 얘기이니까 그 따뜻한 마음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캐빈’은 오는 3월1일까지 이티 씨어터 원에서 공연된다.[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