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을]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 본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쏟아지는 태풍 속 낡은 오두막에서 눈을 뜬 기자 ‘데이’는 제약회사 직원 ‘마이클’을 마주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낯선 공간에 갇히게 된 이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밀실에서 서로에게 의지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서들이 발견되며 깊은 의심으로 빠져들게 된다.
SWTV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뮤지컬 ‘캐빈’의 창작진인 현지은 작가, 강소연 작곡가와 만나 작품의 개발 과정과 비하인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 본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쏟아지는 태풍 속 낡은 오두막에서 눈을 뜬 기자 ‘데이’는 제약회사 직원 ‘마이클’을 마주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낯선 공간에 갇히게 된 이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밀실에서 서로에게 의지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서들이 발견되며 깊은 의심으로 빠져들게 된다.
SWTV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뮤지컬 ‘캐빈’의 창작진인 현지은 작가, 강소연 작곡가와 만나 작품의 개발 과정과 비하인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공연되고 있는 작품에 대해 현 작가는 “치열하고 열심히 만든 과정의 결과가 공연으로 보여서 첫 공연을 보면서 저 혼자 슬쩍 울기도 했다”며 웃어 보였고, 강 작곡은 “글과 음악을 쓰는 건 저희지만, 그림을 만들어 주시는 건 또 다른 분들이 계셔서 가능한 것이라 그분들을 통해 공연이 올려진 것에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전했다.
현 작가와 강 작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 창작과 선후배 사이로, 데뷔작 ‘로빈’ 이후 두 번째로 함께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로빈’과 ‘캐빈’ 사이에 약 5년이라는 간격이 있는 만큼, 경험이 쌓인 이들의 파트너십은 편안함을 찾았다.
(현지은 작가) “제가 지금까지 했던 카카오톡의 텍스트를 숫자로 셌을 때 모든 사람을 통틀어서 제일 많이 주고받은 사람이 소연이인 것 같아요. (웃음) ‘로빈’을 할 때는 저희도 둘 다 학생이어서 시행착오가 많았고,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둘밖에 없어서 저희끼리 해결을 한 다음 제작사를 만났는데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회사와 함께해서 외로울 틈이 없었어요.”
(강소연 작곡) “이제는 서로의 성향을 너무 알고 있기도 하고, 같이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서 그림이 대충 나와요. ‘로빈’ 때는 A부터 Z까지, 단어 하나 가지고도 서럽게 싸웠었는데 이번에는 각자의 싸움이 힘들었지 서로 싸울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올해 겨울 대학로에는 이들이 함께한 ‘로빈’과 ‘캐빈’이 같은 시기에 걸려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이처럼 극장가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에 대해 두 창작자는 뿌듯함보다는 두려움과 책임감을 입에 올렸다.
(현지은 작가) “처음에는 치기와 열정으로 시작했던 작업이라면, 이제는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감사 또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조심스럽죠. 내가 내 할 일을 못하면 공연을 만드는 모두에게도, 기꺼이 이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분들에게도 폐가 될 수 있어서 연차가 찰수록 극을 올린다는 것 자체에 책임감을 좀 더 많이 느껴요.”
이번 작품은 이모셔널씨어터의 자체 공연 IP 개발 프로젝트 ‘랩퍼토리’를 통해 선정된 작품으로,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은 강 작곡이 현 작가에게 함께 하자 제안했다. 이후 밀실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박한근 연출까지 ‘캐빈’ 팀에 합류하며 작업이 성사되었다.
‘캐빈’의 초중반 부는 납치범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핵심은 데이의 잃어버린 기억 속의 사고와 그 이후 살아있는 두 사람의 상처에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현 작가는 이러한 작품의 출발점을 짚으며 ‘비극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저를 사로잡았던 화두는 비극이었고, 그 중의 가장 비극적인 건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다시 비극이 있었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렇다면 남겨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저를 많이 괴롭혔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작품으로 만든 게 ‘캐빈’이었죠.”
동시대성과 함께 창작자가 얼마나 이야기에 맞닿아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현 작가는 ‘캐빈’의 주제 역시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맞붙어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지나온 비극의 터널에서 얻은 깨달음이 ‘캐빈’의 메시지로 이어졌다”면서, “시작은 개인의 이야기였지만, 극화되는 과정에서는 저를 벗어나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됐고, 저 역시 사이코드라마(연극치료)의 일원이 되어서 극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데이가 지닌 트라우마의 원천인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 역시 현 작가의 일상과 가까운 소재였다. 고향이 제주도이기에 필연적으로 비행기를 많이 탈 수밖에 없었던 그는 기류에 휩쓸려 비행기가 회항하는 등의 불안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기억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작품 개발이 한창이던 중, 내부 리딩을 단 이틀 앞두고 들려온 제주공항 조류 충돌 사고 소식은 예상치 못한 두려움을 안겼다. 현 작가는 “막연한 창작의 영역이라 믿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무서움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제가 말하고자 했던 본질이 비극 이후의 삶이라는 ‘내피’였는데, 이를 담아낸 ‘외피’가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창작의 무게가 실감 났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고, 모든 순간이 조심스러웠죠.”
그럼에도 ‘캐빈’이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무대 위에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작품을 통해 연대하고, 위로를 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창작진은 소재와 메시지 전달에 관해 대화를 충분히 나눴으며, 개발 과정과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말했다.
(현지은 작가) “우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같은 재난에 대해 대부분 마음의 부채감을 느끼고 있잖아요. 이 부채감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우리가 말하는 위로가 완전한 위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더더욱 곁에 있어 주고 그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극을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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