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쿠키뉴스 언론사 이미지

지역사회 통합돌봄 전환…존립 기로에 놓인 요양병원

쿠키뉴스 이찬종
원문보기

지역사회 통합돌봄 전환…존립 기로에 놓인 요양병원

서울맑음 / -3.9 °
입원환자 감소 등으로 미래 불투명
“기존 역할 과소평가, 아쉽다”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요양병원들이 존립의 기로에 섰다. 환자들이 병상을 떠나 지역사회에서 만성질환 관리와 돌봄 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요양병원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양병원들은 제도 전환 과정에서 환자와 지자체 중심의 정책 설계는 이뤄졌지만, 병원 역할에 대한 대응 방안은 부족하다며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를 시행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집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등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장기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 환자는 병상이 아닌 자택에서 의사, 요양보호사, 지자체 복지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통합돌봄팀이 관리하도록 해, 요양병원과 시설 중심으로 유지돼 온 돌봄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제도 시행을 약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지역 요양병원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경증 환자 유입이 줄어들 경우 병상 공백이 발생해 병원 운영 전반에 어려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들은 그동안 지역사회 노인 환자 돌봄을 상당 부분 담당해 왔지만, 제도 전환에 따라 돌봄 체계에서 소외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도 지역의 한 요양병원장은 “정부가 경증 노인 환자들의 사회적 입원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제도 개편에 나선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요양병원들을 지나치게 갑작스럽게 돌봄 체계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 환자의 고독사를 막고 경증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한 현장의 노력들이 부정당하는 상황”이라며 “제도 개편에 맞춘 요양병원의 역할 설정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 요양병원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간병비 급여화 정책도 요양병원들이 생존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간병비 급여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공약 가운데 하나로, 고위험군 환자를 돌보는 의료중심 요양병원 500곳을 선정해 오는 2030년까지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기존 100%에서 30%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5년 9월22일에 ‘의료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추진방향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찬종 기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5년 9월22일에 ‘의료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추진방향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찬종 기자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제도 도입을 목표로, 간병비 지원 대상이 될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 기준과 평가 지표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요양병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 작업이 지역 요양병원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약 1300곳의 요양병원이 운영 중이지만, 의료중심 요양병원에 포함되지 못한 800곳에서는 환자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선발해 간병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500개 병원에 포함되지 못한 800곳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발표했던 계획을 일부 수정해 간병비 급여화 시점을 2027년 상반기로 약 6개월 늦추고 현장 의견을 더 듣기로 한 만큼, 복지부가 운영 중인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협회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일본·캐나다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요양병원의 역할을 노인전문, 재활전문, 아급성전문 등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역할 세분화를 통해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고, 노인 특화 병원으로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황라일 신한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지난해 12월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토론회’에서 요양병원 특성화 기능 분류, 노인 환자에 특화된 요양병원 역할 정립, 요양병원형 간호·간병 모델 마련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요양병원들은 일부 제안이 현장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이미 지역 요양병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재활 분야는 회복기 재활 병원이 있어 그쪽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재활 치료를 받다가 요양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많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활과 회복의 역할 구분이 명확해지면서 요양병원의 전문 영역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지나친 세분화보다는 전문성을 갖추고 노인 환자를 위한 종합적인 관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요양병원들이 오해받고 있다”며 “요양병원들이 사회적으로 노인 복지 분야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