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보유액 26억달러 줄어들어
당국의 달러 매도 2배이상 증가속
국민연금-한은 외환스와프도 영향
“급격히 줄면 시장 불안 커질수도”
당국의 달러 매도 2배이상 증가속
국민연금-한은 외환스와프도 영향
“급격히 줄면 시장 불안 커질수도”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80억5000만 달러로 한 달 새 26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역대 12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가 왔던 1997년(―39억9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뉴스1 |
외환당국이 환율을 낮추기 위해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면서 지난해 12월 말 한국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26억 달러(약 3조8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기준으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 당국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보유해둔 달러를 시중에 많이 푼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합의한 3500억 달러(약 50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가 올해 본격적으로 집행되면 달러화가 유출돼 고환율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당국이 이에 대응해 달러를 시중에 더 많이 공급하게 되면 외환보유액이 줄어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례적인 ‘12월 외환보유액’ 감소
한국은행이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26억1000만 달러(약 3조8000억 원) 감소한 4280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외환보유액은 7개월 만에 감소했다.
역대 12월 기준으로 보면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7년 12월 39억9000만 달러 감소한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번 외환보유액 감소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매년 12월은 금융회사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외화를 한은에 예치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를 한은에 예치하면 ‘안전 자산’으로 분류돼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12·3 비상계엄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2024년 12월에도 외환보유액은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이 늘 법한 12월에 감소한 이유로 당국의 시장 개입이 꼽힌다. 한은도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가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놓는 바람에 외환보유액이 줄었다는 얘기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외환당국 순거래액’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해 3분기(7∼9월) 시장에서 17억4500만 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7억97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순매도 규모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민연금공단과 한은의 ‘외환 스와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한은으로부터 달러를 받으면 한은 외환보유액이 줄게 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5일 국민연금이 한은에서 650억 달러까지 빌릴 수 있는 외환스와프 계약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 “원-달러 환율 1450원이 올해 첫 분기점”
외환당국과 시장은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이상은 돼야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2018년 6월(4003억 달러) 역대 처음으로 4000억 달러를 넘어선 뒤 7년 6개월간 4000억 달러를 밑돈 적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2020년 3월(4002억1000만 달러)이 가장 위태로웠던 시기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여러 수단으로 원-달러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달러 자산을 국내로 들여와 예치하는 금융사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외화 자산에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금융사가 외화 부채의 일부를 한은에 예치하는 ‘외환 건전성 부담금’도 올해 6월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외화 차입 비용 부담을 낮춰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다. 외환당국은 이러한 조치의 효과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은 대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공개된 지난해 12월 19일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외환당국의) 연속적인 안정화 조치가 산발적인 대책처럼 보일 수 있는 만큼 기관 간 공조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원 오른 1445.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 개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23일(1483.6원)을 마지막으로 1450원대를 밑돌고 있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선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4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구두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새해 첫 개입 강도를 좌우할 첫 분기점으로 원-달러 환율 1450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1450원을 기점으로 시장에 달러를 더 풀어 방어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1480원대까지 지켜볼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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