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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찬 마두로, 법정서 “난 납치된 대통령, 전쟁 포로”

조선일보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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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찬 마두로, 법정서 “난 납치된 대통령, 전쟁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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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두로 체포] 본지 특파원 뉴욕 재판 방청기
5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 재판이 열렸다./AP 연합뉴스

5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 재판이 열렸다./AP 연합뉴스


“나는 결백합니다. 나는 무죄입니다. 나는 떳떳한 사람입니다. 나는 여전히 내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5일(현지 시각) 낮 12시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26층 대법정, 니콜라스 마두로(64)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스페인어로 이렇게 말한 뒤, “1월 3일 토요일부터 납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을 맡은 앨빈 K. 헬러스타인(92) 판사가 그를 저지하며 “나는 당신이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가 맞는지 그 한 가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러자 마두로는 “나는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입니다”라고 했다. 법정의 최고 권위인 판사 아래에 선 그의 표정은 중립적이었지만, 손은 안절부절못했다. 때로는 의자 팔걸이를 꽉 잡았고, 때로는 턱 아래에서 기도하듯 깍지 끼었다.

5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의 법정 출석 스케치 모습.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법정 공식 화가 제인 로젠버그가 그림으로 담아냈다. /로이터 연합뉴스

5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의 법정 출석 스케치 모습.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법정 공식 화가 제인 로젠버그가 그림으로 담아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일 새벽 1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안가에서 미군에 생포된 마두로가 뉴욕 법정에 섰다. 불과 60시간 전 철통 같은 경호 속에 침실에서 자고 있던 일국의 대통령이 3500㎞ 떨어진 뉴욕에서 족쇄를 차고 재판을 받는 운명이 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20년 그를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 장치 소지, 불법 무기 소지 공모 등 4가지 혐의로 기소한 상태였다.

본지 취재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마두로는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와 함께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통역사 3명이 법정에 착석했고, 부부에겐 통역기가 주어졌다. 주황색 수감복 위에 짧은 소매의 남색 티셔츠를 입었다. 주황색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수감자들이 입는다. 두 사람 모두 손에 수갑은 없었지만, 양발에 족쇄가 채워졌다. 그는 법정에 들어오면서 방청객 70여명에게 “좋은 아침”이라며 스페인어로 인사했다. 마두로 오른편엔 변호사 배리 J. 폴락이 앉았다. 폴락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사건, 엔론 회계 부정 사건 등 세계적 화제가 되는 사건을 맡아 승부를 거는 것으로 유명하다. 폴락은 “군사 납치의 합법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2분 뒤 판사가 입장하며 재판이 시작됐고, 마두로 부부에겐 통역용 헤드폰이 주어졌다. 마두로는 재판 내내 종이에 메모를 했고, “메모를 보관하게 해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해 승낙받았다. 자신을 영부인이라고 밝힌 실리아 플로레스도 “나는 무죄이며 완전히 결백하다”고 했다. 플로레스는 코카인 밀수 공모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플로레스의 눈 주변과 이마에 멍이 들고 붕대가 붙어 있었는데, 변호인은 그가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면서 “정밀 엑스레이 검사를 받게 해달라”고 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 방청석에 있던 한 남성이 스페인어로 “당신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름으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소리치자, 마두로는 “나는 자유를 얻을 것”이라며 “나는 신의 사람이다. 나는 ‘전쟁 포로’”라고 외쳤다. 재판은 30분 만에 종료됐고, 다음 기일은 3월 17일로 잡혔다.

체포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서 헬기로 이송돼 이동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체포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서 헬기로 이송돼 이동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이날 법원 안팎에선 살벌한 경호 작전이 펼쳐졌다. 이날 마두로 부부는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서 수갑을 찬 채 헬기로 호송됐다. 맨해튼 남단 헬기장에 내린 뒤엔 장갑차로 법원까지 이동했다. 재판 전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은 6~7명씩 무리를 지어 법원 내부를 순찰했고, 무장 경찰이 법원 외부를 지켰다. 하늘엔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며 날고 있었다. 법원 앞은 마두로를 반대하거나 지지하는 시위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7시 30분쯤 100여 명이던 시위대는 시간이 갈수록 수백명이 됐다. 미국의 군사 작전을 찬성하는 이들은 스페인어로 “자유!”라고 외치면서 “독재는 이미 무너졌다”고 했다. 하지만 건너편에선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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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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