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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전원 2030… ‘젊은 피’가 역대 최고 바늘구멍 뚫었다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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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전원 2030… ‘젊은 피’가 역대 최고 바늘구멍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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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本紙 신춘문예 당선자 8인
장련성 기자“어머니가 펑펑 우셨다”(김선준·단편소설 당선자) “일단 울었고, 그다음에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우·시 당선자) “이런 일이 나에게 찾아오다니!”(황채영·동화 당선자) 절실한 마음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한 이들에게 당선 소식은 감동 그 자체였다. 왼쪽부터 황채영(동화), 연우(시), 이수빈(시조), 이한주(희곡), 송우석(동시), 강희구(미술평론), 오경진(문학평론), 김선준(단편소설)씨가 당선의 기쁨을 ‘볼 하트’에 담았다.

장련성 기자“어머니가 펑펑 우셨다”(김선준·단편소설 당선자) “일단 울었고, 그다음에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우·시 당선자) “이런 일이 나에게 찾아오다니!”(황채영·동화 당선자) 절실한 마음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한 이들에게 당선 소식은 감동 그 자체였다. 왼쪽부터 황채영(동화), 연우(시), 이수빈(시조), 이한주(희곡), 송우석(동시), 강희구(미술평론), 오경진(문학평론), 김선준(단편소설)씨가 당선의 기쁨을 ‘볼 하트’에 담았다.


“잠시만요. 진짜 조선일보 맞아요?”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혹시 보이스 피싱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샀다. 최근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많기도 했지만, 202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역대 가장 많은 총 1만3612편의 응모작<본지 2025년 12월 15일 자 A16면>이 접수된 탓이 컸다. 기록적 경쟁률에 ‘설마 내가…?’ 하는 심리가 작용한 듯했다. 역대급 바늘구멍을 뚫은 당선자 8명을 만났다.

◇당선자 8명 평균 나이 28.9세

올해 특징은 당선자들이 대폭 어려진 점이다. 당선자 8명의 평균 나이는 28.9세. 그중 2000년대생이 3명이나 됐다. 당선자 전원이 2030인 것도 최근엔 전례 없는 일이다.

올해 최연소 당선자인 이수빈(20·시조)씨는 근래 본지 신춘문예 당선자 중 가장 어리다. 지난해 말 두 번째 수능을 본 이씨는 대학 합격 소식을 기다리던 중 당선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느냐면서, 대학 추가 합격 소식인 줄 알고 기대하셨대요(웃음).” 이씨는 중학교 1학년 때 독서 논술 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스승이 2017년 본지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김상규 시조시인이다.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3학년 이한주(22·희곡)씨는 희곡을 쓴 지 3년 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투고였다. 그는 “이렇게 빨리 당선이 돼도 괜찮을까 싶다가도 뭐라도 해냈다 싶어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한양여대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황채영(21·동화)씨는 “도망가고 싶은 일이 있을 때마다 책을 읽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은신처를 만들어주고 싶어 동화를 썼다”고 했다. 황씨는 초등학교 4학년 동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저도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차이가 크거든요. 요즘 어린이들이 무얼 하는지 알려줘서 고마워!”


송우석(39·동시)씨는 올해 최고령 당선자지만, 어린이들과 가까웠다. 충남 천안 와촌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송씨는 “내가 들여다본 작은 세계를 오래 들여다볼 것 같다”며 “아이들 목소리를 좀 더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당선자 절반 이상이 문학 전공자

젊음이 미숙함을 뜻하진 않는다. 이른바 ‘정석 코스’를 밟은 문예창작과 출신이 3명(시·희곡·동화), 국문학·독문학(소설·문학평론) 전공자까지 합치면 당선자 8명 중 5명이 정식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국문과 석사를 수료한 연우(30·시)씨는 시 9015편 중에서 낙점받는 쾌거를 이뤘다. 신춘문예와 공모전 등에 투고한 지는 7년째. 올해 본지에 투고한 다섯 편의 시는 “내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쓴 시다. 장례식장 풍경을 담은 당선작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쓴 시다. 그는 “기술적으로 잘 쓰려던 걸 걷어내고 내가 느낀 감정, 내가 실제 꾸는 꿈 등을 쓰게 됐다”며 “요즘은 잘 쓴 시와 좋은 시의 차이를 고민한다”고 했다.


김선준(35·단편소설)씨는 학원에서 중·고교생에게 국어를 가르친다.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시절부터 소설을 썼고, 4년 전부터 본격 소설가를 꿈꿨다. 당선작 ‘떨어질 때 나는 소리’는 공모전 투고를 시작한 3년 전부터 계속 붙잡고 고쳐온 소설이다. 김씨는 “떳떳할 만한 삶을 살아내는 가운데서 흘러넘치는 것들이 있다면 소설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문학을 곁에 두며 열정을 품은 이들도 있었다. 오경진(35·문학평론)씨는 국내 중앙 일간지 기자다. 문학을 비롯해 클래식 음악과 공연 등 문화 분야 기사를 쓴다. 올해 본지를 비롯해 또 다른 일간지 문학평론 분야에도 당선된 2관왕. 그는 “기사와는 다른 문법을 가진 글쓰기에 매료됐다”며 신춘문예 도전 이유를 밝혔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강희구(29·미술평론)씨는 “학부 때 들었던 문학 비평 수업 이후 전시나 작품을 볼 때 메모를 남기곤 했다”며 “이번 당선을 기회로 내 글을 믿어 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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