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기관 권능 배제 여부 쟁점
대법원 '내란수괴 전두환' 사형 판례도 소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특검이 사형과 무기징역 중 어떤 형량을 구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법상 선택지는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가운데, 무기징역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우세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는 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공범들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사건과 병합되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전체 피고인이 8명에 달한다. 결심 공판에서는 특검팀의 최종의견과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의 최후 진술 등이 진행된다. 선고는 법관 정기 인사 전인 2월 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가 없음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형법 제 87조에 따르면, 내란 우두머리 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등 세 가지뿐이다. 특검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두고 구형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오는 8일 윤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던 부장검사급 이상이 모여 구형량을 논의할 예정이다.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성립된다. 여기서 국헌 문란 목적이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을 불법적으로 배제·정지·마비시키려는 의도를 뜻한다. 범행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미수범 역시 기수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는 △국회 봉쇄 및 출입 통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정치인 체포조 운영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14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혐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
이에 앞서 검찰은 1996년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내란수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반란·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다.
대법원은 이듬해 판결에서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의 목적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며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해당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까지 포함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고, 이러한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 협박 행위에 해당한다"며 내란죄 성립 가능성을 명확히 했다.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발표한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포고령의 발령 범위는 '대한민국 전역'으로, 전국 단위에서 헌법기관과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조치였다.
법조계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 사건 역시 헌법기관의 권능을 무력으로 배제하려 했는지 여부가 내란죄 성립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의 위협적 효과가 국헌문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 법리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포고령이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란수괴 윤석열 시민체포단 깁급행동 집회가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박헌우 |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정당한 경고성 계엄' 주장을 되풀이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이는 구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총 징역 10년을 구형하며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은 반성과 사죄를 전하기보다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수사 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고,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형보다는 무기징역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이은수 변호사는 형량 전망에 대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이고, 사형 폐지가 주류인 국제사회 역시 이번 재판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사형 구형이나 선고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가 최고권력을 남용해 계획적으로 군과 경찰을 동원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한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불법 계엄 상황을 목도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의 중대성과 국민적 분노에 비춰 금고형은 적절하지 않고,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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