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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④] 발전소는 서부에, 일자리는 동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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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④] 발전소는 서부에, 일자리는 동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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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기자] 요즘 전남에서는 '해상풍력'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바다 위에 커다란 바람개비(풍력발전기)를 세워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풍력발전기는 서부 바다에 많은데, 그럼 일자리도 다 서부로 가는 걸까?"

광양 스마트항 (AI타임스DB)

광양 스마트항 (AI타임스DB)


꼭 그렇지는 않다. 발전소가 있는 곳과, 일자리가 생기는 곳은 다를 수 있다. 해상풍력은 '발전기'보다 '과정'이 더 크다.

해상풍력은 바람개비 하나 세우는 사업이 아니다. 하나의 풍력단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커다란 부품을 만든다, ▸항구로 옮긴다, ▸배에 실어 바다로 나간다, ▸설치한다, ▸수십 년 동안 고치고 관리한다.

이 중에서 발전기가 돌아가는 시간보다, 만들고 옮기고 고치는 시간이 훨씬 길다. 즉, 해상풍력의 진짜 일자리는 '제조·운송·정비'에 있다.

이 일자리는 어디에서 생길까?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사람이 살 수도, 공장을 지을 수도 없다. 그래서 해상풍력에는 반드시 항구(항만)가 필요하다.

큰 부품을 내리고, 배를 정박시키고, 정비 인력을 출발시키는 곳. 이걸 '지원항만'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해상풍력의 본부이자 작업장이다.


지금 전남의 현실은 '지원항만'이 부족하다. 전문가들과 산업계는 "해상풍력을 할 항만이 부족하다"는 이 한가지를 계속 지적한다.

풍력발전기 부품은 아주 크고 무겁다. 일반 항구에서는 못 다룬다 전용 부두와 넓은 땅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은 몇몇 항만에만 일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동부권 항만은 이 역할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동부권 항만이 가진 강점이 필요할 때다.


여수·광양항을 떠올려 보자. 이미 큰 배가 드나든다. 산업단지와 가깝다. 조선·기계·철강 기술이 있다. 이건 해상풍력에 아주 잘 맞는 조건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해상풍력은 설치보다 정비(MRO)가 더 오래 간다.

20~30년 동안 계속 고치고 관리해야 한다. 즉, 한 번 만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계속 사람이 필요한 산업이다. 이 일자리를 동부권이 가져올 수 있다.

여수는 항만과 산단이 같이 결합된 곳이다. (사진=여수산단/AI타임스DB)

여수는 항만과 산단이 같이 결합된 곳이다. (사진=여수산단/AI타임스DB)


"발전은 서부, 산업은 동부"라는 전략 가능


이제 그림이 보인다. 서부권은 바람이 좋고, 발전에 유리하다. 반면에 동부권은 항만·산업·인력이 있다. 그래서 가능한 전략이 있다.

발전소는 서부에 두고, 관련 산업과 일자리는 동부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건 경쟁이 아니라 역할 나누기다. 서부와 동부가 서로 다른 강점을 살리는 방식이다.

해상풍력만이 아니라 수소·암모니아도 같다. 앞으로 바다를 통해 들어오거나 나갈 에너지는 더 늘어난다.

▸수소 ▸암모니아 ▸새로운 연료들. 이 에너지도 저장할 곳, 옮길 곳, 관리할 곳, 이 모두가 항만과 산업단지에서 이뤄진다. 즉, 동부권 항만은 미래 에너지의 '관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시민의 눈높이에서, 동부권 항만 중 해상풍력 전용으로 쓸 곳은 어디인가? 큰 부품을 놓을 땅은 확보돼 있는가? 이 일을 할 사람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일자리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해상풍력은 남의 사업이 된다.

동부권 발전전략은 새로운 발전소를 더 짓는 게 아니다. 이미 있는 산업과 항만을 활용해 새 시대의 역할을 찾는 것이다.

전력(3회차)과 항만과 산업(4회차), 이 두 개는 이어진 이야기다. 전기가 와도 산업이 없으면 의미가 없고, 산업을 키우려면 전력과 항만이 함께 가야 한다.

해상풍력의 바람을 '동부권의 일자리'로 바꿔야 한다. 바람은 서부 바다에서 분다. 하지만 그 바람으로 생기는 일자리는 어디로 갈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준비한 지역이 가져간다.

동부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항만의 역할을 정리하고 산업과 인력을 준비하고 "우리는 이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동부권 발전전략의 다음 장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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