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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경험 쌓고 싶어”… 이공계 전공자 60% ‘해외 취업 고민’ [마가와 굴기 넘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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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경험 쌓고 싶어”… 이공계 전공자 60% ‘해외 취업 고민’ [마가와 굴기 넘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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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이공계 전공자 설문 결과

응답자 대다수가 ‘인재 유출 심각’ 인지
정부 정책엔 전반적으로 “못한다” 평가
“합당한 대우 필요” 처우 개선 목소리도


젊은 이공계 전공자들에게 물었더니 약 60%가 해외 취업(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해외로 나가고 싶은 이유로는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발전한 나라여서’ ‘외국의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공계 전공자들이 머물 곳을 선택할 때 보다 더 선진화된 연구 환경과 경력 발전 기회가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또 인재에 대한 충분한 대우와 고급 인력의 국내 복귀를 위한 자리 마련, 기초연구 지원, 장기적 관점의 투자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1월11일부터 12월18일까지 국내 이공계 전공자 4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에너지(9명)를 비롯해 인공지능(AI·8명), 반도체(8명), 조선(4명), 기초과학(3명), 로봇(2명), 의료바이오(2명), 컴퓨터공학(2명), 통신(1명), 금융공학(1명), 제철(1명), 건축(1명) 등의 전공자가 설문에 참여했다.

응답자 중에는 26~30세(16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31~35세(14명), 21~25세(10명), 18~20세(1명), 36~40세(1명) 등의 순이었다. 대학 재학생부터 석박사과정생, 박사과정 졸업 후 연구원, 직장인 등이 고루 참여했다.

이번 설문 결과, 42명 중 25명(59.5%)이 다음 진로로 해외 취업이나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취업하고 싶은 분야의 연구가 해당 국가에서 더 발달해서’(7명)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외국 회사 경력을 쌓고 싶어서’(5명), ‘해외에 살아보고 싶어서’(4명), ‘취업하고 싶은 분야가 한국에 없거나 부족해서’(2명), ‘외국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어서’(2명) 등의 순이었다. 해외 취업·이직 고려에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연구환경 같은 비금전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을 떠나지 않고 싶은 이유로는 ‘언어나 문화가 다른 생활환경에 살고 싶지 않아서’(20명 중 17명·85%)가 가장 많이 꼽혔다. 한국 잔류를 희망하는 이공계 전공자들은 경향신문이 진행한 대면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나고 자라 문화가 익숙하며 가족과 친구, 동료가 있는 한국에 머물고 싶다고 응답했다. 외국에 나갔다가 국내로 돌아오고 싶은 바람을 가진 전공자들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이공계 보상체계와 연구환경 등을 개선하면 한국 잔류·귀국 희망자도 늘어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설문 응답자 42명 중 30명은 현재 학업·현업 이후 다음 진로에서 연구·취업하고 싶은 분야로 현재와 같은 전공을 선택했다. 연구·취업하고 싶은 분야로는 AI가 12명(28.6%)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4명은 현재 다른 분야를 전공 중이다. 에너지(10명·23.8%)와 반도체(9명·21.4%)도 선호가 높았다.

이공계 전공자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높은 소득’(21명·50%)이었다. 이어 연구환경(10명·23.8%), 고용안정성(9명·21.4%) 등의 순이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분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의 57.2%(24명)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관심을 두는 이유(중복응답)로는 ‘한국의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쳐서’(17명·56.7%)가 가장 많이 꼽혔고, ‘전공한 분야의 발전, 정책 등에 영향을 미쳐서’(16명·53.3%), ‘취업, 연구, 이직 등 개인적 삶에 영향을 미쳐서’(13명·43.3%) 등이 뒤를 이었다.


미·중 경쟁에서 첨단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32명 중 21명은 ‘매우 크다’, 10명은 ‘크다’고 했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로는 AI(29명·69%)가 압도적이었고, 다음은 반도체(10명·23.8%)였다.

한국의 이공계 인재 양성 교육 정책에 대해선 12명이 ‘매우 못함’, 17명이 ‘못함’이라 평가했다(0점 매우 못함~5점 매우 잘함). ‘매우 잘함’을 선택한 응답자는 없었다.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 현장 지원 정책에 대해선 30명이 ‘못함’(‘매우 못함’ 11명, ‘못함’ 19명)이라고 응답했다. 첨단 과학기술 연구 현장 지원 정책은 28명이 ‘못함’(‘매우 못함’ 11명, ‘못함’ 17명)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 심각성을 두고는 33명이 ‘심각하다’(‘심각’ 23명, ‘매우 심각’ 10명)고 답했다.

이번 설문에서는 이공계 전공자들의 구체적인 생각을 듣기 위해 서술형 질문 항목도 포함했다. 이공계 인력 양성과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다수의 응답자가 높은 연봉과 노동환경 및 처우 개선을 꼽았다.

한 응답자는 “애국심만을 강조하는 게 아닌 그에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의 현재 AI 지원은 하드웨어적 측면(GPU 확보 등)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딥시크는 고급 인력이 하드웨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예를 보여준다. 고급 인력 양성에 더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급 인력을 양성해 이들이 해외에서 연구한 후 국내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국 첨단 과학기술 연구·산업 현장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연구비 및 연구수당, 인프라를 증액·증축할 것을 바랐다. 한 응답자는 “연구직에서 해외 박사, 해외 박사후연구원 경력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해외(특히 미국)의 강한 연구력을 반영한다.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싶다면 국내 대학원·연구소의 질적 환경 및 대중적인 평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 기초과학 연구 지원 및 장기적인 신뢰 기반 투자, 실패에 투자하는 여유 등도 제언했다.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은 어떤 외교적 입장을 취해야 할까. 다수(25명 중 11명)는 “두 나라 중 한쪽에 치우치는 외교보다는 중립외교를 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동맹국으로서의 지원은 미국으로부터 충실히 받음과 동시에, 자주적 기술 발전을 확보하려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두 나라가 하지 못하고 있는 기술 우위 확보, 기술 자립을 통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7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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