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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만봉으로 시작해 1300억 메가 브랜드로…오리온 ‘마이구미’의 34년 [K-푸드 DNA]

쿠키뉴스 이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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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만봉으로 시작해 1300억 메가 브랜드로…오리온 ‘마이구미’의 34년 [K-푸드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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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진열된 마이구미. 이예솔 기자

편의점에 진열된 마이구미. 이예솔 기자



1992년, 국내 과자 시장에 과일 모양을 한 낯선 젤리가 처음 등장했다. 오리온이 선보인 ‘마이구미’다. 포도 모양을 그대로 구현한 외형과 쫄깃한 식감은 기존 캔디류와 다른 선택지를 제시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마이구미는 출시 첫 해에만 3800만 봉이 팔리며 아이들 사이에서 필수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장수브랜드인 마이구미의 아이덴티티는 단순히 ‘맛’에만 머물지 않았다. 실제 과일을 연상시키는 모양은 먹는 행위에 놀이 요소를 더했고, 씹는 순간 느껴지는 탄력 있는 식감은 기존 젤리와 확연히 달랐다. 친구들과 나눠 먹고, 모양을 고르며 즐기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그 해 마이구미가 과자류 가운데 유일하게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인기는 젤리에 대한 소비 인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아이들 간식으로 여겨지던 젤리는 하나의 독립적인 스낵 카테고리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식사 후 가볍게 즐기거나 사무실에서 부담 없이 먹는 간식으로 소비 범위가 넓어졌다. MZ세대까지 일상 속 스낵으로 받아들여지며, 리얼한 비주얼과 이중 식감 등 재미 요소를 앞세운 제품들이 늘어났다. 젤리는 ‘가볍지만 즐길 거리 있는 간식’으로 재정의됐다.

마이구미가 견인한 젤리 시장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출시 당시 300억원대에 머물던 국내 젤리 시장은 2023년 기준 4473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8년(3964억원)과 비교하면 13.4% 성장한 수준이며, 오는 2029년에는 6317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흥행은 곧 브랜드 확장으로 이어졌다. 오리온은 포도맛 성공을 발판 삼아 사과맛과 오렌지맛을 잇달아 선보이며 라인업을 넓혔고, 마이구미는 단발성 유행 상품이 아닌 장수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출시된 알맹이 시리즈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00만 봉을 넘어섰다. 현재 국내에서는 포도알맹이, 자두알맹이, 리찌알맹이, 키위알맹이, 코코망고알맹이, 골드키위알맹이 등 6종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타민 마이구미’를 선보이며 기능성 영역으로도 보폭을 넓혔다. 한 봉지로 비타민 C와 B군, 엽산 등을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젤리를 단순한 간식이 아닌 ‘섭취형 간편 영양식’으로 재해석했다.

오리온 ‘알맹이 젤리’ 팝업스토어 외국인 관광객. 오리온 제공

오리온 ‘알맹이 젤리’ 팝업스토어 외국인 관광객. 오리온 제공



마이구미를 기반으로 오리온이 쌓은 젤리 식품 경쟁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보여 왔다. 젤리는 하리보, 트롤리 등 글로벌 브랜드가 이미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대표적인 선진국형 간식 시장으로, 단순 수출만으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에 마이구미는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맛의 현지화와 복합 식감 전략을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하며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등 주요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베트남은 마이구미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화된 대표 국가 중 하나다. 오리온은 2019년 마이구미 수출을 통해 베트남 젤리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2021년 하반기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현지명 ‘붐젤리(BoomJelly)’로 제품을 선보였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젤리 제품의 변성이 쉬워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지만, 현지 환경에 맞춘 제조 기술을 앞세워 안정적인 유통 기반을 마련했다.

현지화 전략은 러시아 시장으로도 확장됐다. 오리온은 2023년 말 러시아에 젤리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현지명 ‘젤리보이(JellyBoy)’ 생산을 시작했다. 30여 년간 축적해온 젤리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구미는 2023년 글로벌 합산 매출 1300억원을 기록하며 오리온의 아홉 번째 ‘메가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단일 히트 제품을 넘어 브랜드 단위로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아울러 이러한 해외 시장 성과에 힘입어 오리온의 연 매출은 2023년 2조9124억원, 2024년 3조1043억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각각 63.7%, 65%를 기록하며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마이구미의 인기 비결은 30년 넘게 쌓아온 오리온만의 젤리 연구개발 역량과 차별화된 제품력을 기반으로 한 끊임없는 제품 혁신”이라며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마이구미를 젤리 대표 주자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