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25년 12월 외환보유액
12월 감소액은 28년 만에 최대
12월 감소액은 28년 만에 최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100달러 지폐를 살펴보는 모습. / 뉴스1 |
지난달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전월보다 26억달러 줄었다. 7개월 만의 감소다. 6일 한국은행의 ‘12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8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5월 말 5년여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인 4046억달러로 줄었다가 6월 이후 11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했었다.
한은은 “분기 말 효과에 따라 금융기관 외화 예수금이 증가하고 유로·엔 등 기타 통화 외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은 늘었으나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가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간 후 연말까지 고환율이 진정되지 않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의 달러를 써야 했고 이 때문에 잔고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
분기 말엔 보통 은행 등이 외화 예수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분기 말 보유 달러를 한은 계좌에 예치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관리하며 한은에 예치한 외화 예수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자본 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계엄 사태로 환율이 폭등했던 지난해 12월에도 외환보유액은 증가했었다. 그만큼 12월 외환보유액 감소가 이례적이란 뜻이다. 12월 기준 외환보유액 감소폭은 외환 위기 때인 1997년(40억달러 감소) 이후 최대다.
한은은 아직 지난달 외환시장 개입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요 금융사의 외환 딜러들은 상당한 규모의 개입(달러 매도)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1월 수출이 많은 대기업들을 만나 달러 매도를 당부하는 등 재차 구두 개입을 했지만 환율은 12월 들어서도 계속 상승했다. 이에 외환 당국은 외환 수급 안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지난달 9일 만든 데 이어 “행동으로 대응하겠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 등의 강력한 개입 메시지를 냈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31일 지난해 3분기에 환율 방어를 위해 17억45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고 밝혔는데, 4분기에도 이와 맞먹거나 더 큰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환율 방어를 위해 써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422.0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
한은과 정부는 환율이 급변동하면 시장에서 외화를 사거나 팔아서 변동 속도를 조절하도록 한다. 이 같은 외환시장 개입엔 한은이 보유·운용하는 외환보유액이 활용된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지금처럼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달러 공급을 늘린다.
국민연금과 한은이 체결한 달러 스와프 계약에 따라 외환보유액의 달러가 투입됐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한국은행 간 달러 스와프란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할 때 필요한 달러를 시장에서 사지 않고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중에서 빌려서 쓴 후 추후에 갚는 방식을 뜻한다. 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규모는 650억달러다. 다만 실제로 스와프를 가동하는지, 한다면 얼마나 하는지 등은 비공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일환으로 올해부터 연간 최대 200억달러를 내기로 한 대미(對美) 투자 약정도 외환보유액의 ‘총탄’을 줄어들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등의 수익금으로 대미 투자액을 충당할 예정이며 한국 외환 시장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평시라면 일부가 외환보유액에 더해져야 할 수익금이 그대로 미국으로 갈 경우 한국의 외환 시장 ‘방어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환 당국은 대미 투자금을 외화 운용으로 번 수익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한국 외환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달러 공급 요인이 하나가 없어지는 셈”이라며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의 완충망 성격도 있는데, 수익금이 더해지지 않으면 그 완충망 자체가 약해지는 것 아닌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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