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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옆 피자집 “베네수엘라 공습날, 피자 300판 배달”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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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옆 피자집 “베네수엘라 공습날, 피자 300판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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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방부(펜타곤) 청사 근처에 있는 '피자토 피자'. /박국희 특파원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방부(펜타곤) 청사 근처에 있는 '피자토 피자'. /박국희 특파원


미국에는 ‘펜타곤 피자 지수(Pentagon Pizza Index)’라는 비공식 지표가 있다.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전쟁 개시나 해외 작전 같은 긴급한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야근하는 국방부 직원들의 피자 배달 주문이 일대 피자집에 몰리면서 비상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6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던 ‘일어나는 사자 작전(Operation Rising Lion)’ 직후 주목받았던 펜타곤 피자 지수는 지난 3일 새벽 미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했던 ‘확고한 결의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 이후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미 온라인에서 펜타곤 피자 지수의 근거지 중 한 곳으로 지목된 피자집을 5일 찾아가 봤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에서 약 3.5㎞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한 ‘피자토 피자(Pizzato Pizza)’. 펜타곤까지는 차량으로 4분이 걸렸다. 가게 옆에 미용실이 붙어 있는 평범한 동네 피자집이었다. 온라인 후기에는 ‘일대에서 늦은 밤까지 야식으로 피자를 배달해 먹기 좋은 집’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평일 오전 3시, 금·토요일은 오전 4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었다.

'피자토 피자' 내부. /박국희 특파원

'피자토 피자' 내부. /박국희 특파원


이날 오전 11시 가게 문이 열린 뒤 들어가 본 내부에는 작은 테이블이 2개만 놓여 있었다. 과테말라 출신 직원 피델씨가 혼자 주문을 받고 직접 피자를 만든 뒤 서빙까지 하고 있었다. 배달은 ‘우버이츠’나 ‘도어대시’ 같은 배달업체를 통해 이뤄진다고 했다. 월요일 오전, 가게에 머물렀던 약 30여 분간 식사를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나 주문 전화는 없었다.

하지만 피델씨는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공습이 시작됐던 이틀 전 토요일 밤을 기억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미 동부 시각 2일 밤 10시 46분 베네수엘라 공습 명령을 최종 승인했다. 3일 오전 1시 작전이 개시됐고, 오전 2시쯤부터 베네수엘라 상공에 전투기와 폭격기 등 미 항공기 150여대가 출현하며 연쇄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는 속보가 이어졌다.

이 가게에서 7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피델씨는 “그날 저녁부터 펜타곤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유독 바빴다”며 “피자를 계속 만드느라 그날 밤은 평소보다 늦은 새벽 5시까지 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당일 피자를 모두 몇 판이나 만들었냐고 하니 그는 “대략 300판”이라며 “직원 5명이 달려들어 주방에서 모두 피자 굽는 데만 매달렸다”고 했다. 주방 한쪽에는 여전히 피자 박스 100여 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일반 주문이 일부 섞여 있었다고 하더라도 평소보다 유독 주문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수북이 쌓여 있는 피자 포장 박스. /박국희 특파원

수북이 쌓여 있는 피자 포장 박스. /박국희 특파원


펜타곤 피자 지수는 익명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개 정보들을 취합해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지도상 나오는 방문자 혼잡도 그래프다. 원리는 해당 매장 안에 있는 안드로이드폰 또는 구글 지도 앱 사용자 숫자가 평소보다 증가할 경우, 구글 알고리즘이 이들의 스마트폰 신호를 감지해 혼잡도 그래프를 평소보다 치솟게 만든다. 이는 배달 기사들이나 피자를 가져가려는 손님들이 매장에 일시적으로 몰릴 때 일어나는 기계적 현상이다.

특히 주문이 몰리기 힘든 새벽 2~3시 피자가게 그래프가 평소보다 붐빈다고 나올 경우 일반적인 야식 수요로는 설명이 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펜타곤에서 야근자들이 대규모로 근무하며 일대 피자집에 주문이 몰릴 때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작년 6월 이란 핵시설 타격, 2024년 4월 이스라엘·이란 드론 공습 사태 때도 평소라면 한산할 밤늦은 시각에 펜타곤 주변 파파존스, 도미노 등 피자 체인 혼잡도 그래프가 ‘매우 붐빔’으로 떴고, 얼마 뒤 실제 타격 뉴스가 속보로 뜬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베네수엘라 공습이 시작된 지난 3일 새벽, 펜타곤 근처 피자가게 '피자토 피자'의 혼잡도가 평소보다 치솟았음을 보여주는 '펜타곤 피자 지수'의 한 온라인 계정. /X

미군의 베네수엘라 공습이 시작된 지난 3일 새벽, 펜타곤 근처 피자가게 '피자토 피자'의 혼잡도가 평소보다 치솟았음을 보여주는 '펜타곤 피자 지수'의 한 온라인 계정. /X


반대로 펜타곤 직원들이 자주 찾는 근처 술집이 평소보다 유독 덜 붐비며 한산하다고 나올 때가 있는데, 이 역시 국방부 직원들이 퇴근해 술잔을 기울이는 대신 여전히 야근을 하고 있다는 비상 상황의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펜타곤 피자 지수를 부인하며 “청사 내 여러 매점이 있어 구내에서 야식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펜타곤 피자 지수의 기원은 구글 알고리즘이 피자가게 주변에서 자동으로 포착해 내는 스마트폰 정보가 없던 1991년 초반 걸프전 시절까지 올라간다. 당시 걸프전이 한창일 때 워싱턴 시내에서 도미노 피자 매장 여러 개를 운영했던 프랭크 믹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 발발 이후 피자 배달 건수가 폭증했다”며 “백악관은 하루에 50판 정도 배달했는데 지금은 125판”이라며 “예전에는 밤 9시 이후에는 전혀 배달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백악관의 심야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유지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펜타곤은 하루 약 50판이었는데 지금은 약 300판”이라며 “증가분 상당 부분이 심야 시간대에 몰려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 미 언론에서는 “세계 정세를 빠르게 파악하고 싶다면 펜타곤으로 배달되는 피자 주문만 보면 충분하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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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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