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우리에겐 낯선 개념 서반구… 트럼프는 확실한 ‘앞마당’이 갖고 싶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원문보기

우리에겐 낯선 개념 서반구… 트럼프는 확실한 ‘앞마당’이 갖고 싶다

속보
'계엄 단전·단수 지시' 이상민 다음달 12일 1심 선고
본초 자오선 서쪽… 남·북미, 그린란드 등 포괄
트럼프 정부서 전략의 중심축으로 격상돼
‘경제난’ 쿠바, ‘마약 밀매’ 콜롬비아 등 다음 목표로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DC의 백악관에 복귀해 걸어 들어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DC의 백악관에 복귀해 걸어 들어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여기 서반구는 우리가 사는 곳입니다. 서반구가 우리의 적, 경쟁자, 그리고 라이벌의 작전 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절 용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베네수엘라를 이란, 헤즈볼라, 갱단, 다른 악의적인 세력의 활동 거점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 5일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압송한 데 이어 서반구 내 다른 나라에까지 경고장을 날리면서 다음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콜롬비아·멕시코·쿠바 등을 상대로도 군사 작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거친 발언을 했는데 3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마두로 압송 작전을 통해 그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군사 분야 최상위 지침은 국가안보전략(NSS)은 미국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서반구를 최우선 전략 지역으로 명시했고, 지금까지는 트럼프가 이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서반구(西半球·Western Hemisphere)는 지구를 본초 자오선(경도 0°)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눌 때 그 서쪽에 해당하는 절반을 가리킨다. 미국·멕시코·캐나다가 있는 북미 대륙과 남아메리카 전부, 트럼프가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유럽과 아프리카 일부 서쪽 지역, 태평양 일부 해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연 지리적 경계라기 보다는 인위적으로 설정된 것에 가까운데 미국의 주류 언론, 학계 등에서는 꽤 오랜 기간 통용된 개념이기도 하다. 트럼프와 국무부·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해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뒤 이 서반구 지역의 안정과 확실한 패권 의지 등을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해 왔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역내 혼란에서 비롯되는 마약, 불법 이민 같은 문제들이 미국의 경쟁력을 뿌리부터 갉아먹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NSS에는 향후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서반구에 두고, 수십 년간 방치된 중남미에서 패권을 회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역대 미국의 NSS에서 서반구의 중요성이 언급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전략의 중심축이나 최우선 공간으로 격상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반구는 냉전 시대 공산주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후방 안정지대로 인식됐고, 탈냉전기에는 대개 마약·이민 등 관리 대상 지역으로 취급됐다. 9·11테러 이후에는 중동, 인도·태평양 등에 완전히 가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는 이전 대통령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그래서 취임 이후 마약 유입을 문제 삼아 주요 교역국인 중국·캐나다·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고, 카리브해 앞바다에 세계 최강이라는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까지 띄워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고조시킨 것이다.

3일 쿠바 수도 하바나에서 미군에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3일 쿠바 수도 하바나에서 미군에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제 시선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19세기 미 고립주의를 대표하는 먼로주의와 도널드 트럼프를 더한 합성어)’를 표방하는 트럼프의 다음 목표가 어디냐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콜롬비아에 대해 “아주 병든 나라로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다”고 했고, 멕시코를 향해서는 “마약이 쏟아지고 있어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1기 때 전임 오바마 정부의 ‘수교 정상화’ 조치를 뒤집은 공산주의 국가는 1순위 타겟으로 꼽힌다.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사실상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상태고, 설상가상으로 베네수엘라에서 공급하던 석유도 끊기게 됐다. 여기에 미국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외부 제3세력도 전무해 트럼프 입장에서는 상당한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마두로 압송 작전이 아무런 피해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마두로를 대신하게 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별다른 ‘항전(抗戰)’ 의지 없이 순순한 협조를 밝힌 것도 트럼프의 자신감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돈로 독트린 (Donroe Doctrine)

1823년 제임스 먼로 미 대통령이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의 간섭을 거부하면서, 미국도 유럽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먼로 독트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도널드’를 결합한 신조어. 트럼프 정부는 중남미를 미국의 앞마당으로 규정하고, 중국·러시아 등 외부 세력 차단을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