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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은폐’ 반쪽 항소, 1시간 만에 승인한 대검

조선일보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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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은폐’ 반쪽 항소, 1시간 만에 승인한 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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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대검 스스로 정권 눈치 봐… 피살 사건이 명예훼손으로 둔갑”
유족, 총리·중앙지검장 고발 예정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의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 관련 ‘부분 항소’ 방침을 보고받고 약 1시간 만에 승인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지검은 지난 2일 오후 4시 40분쯤 대검에 서해 사건 피고인 5명 가운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2명에 대해서만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보고했다고 한다. 이 2명의 혐의도 피해자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발표한 명예훼손 등 비교적 가벼운 혐의만 항소하고, 사건의 본질인 반인도적 공무원 피살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은폐 혐의는 항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중앙지검은 오후 5시 48분 부분 항소 결정을 언론에 공지했다. 이 사건의 항소 시한은 2일 자정까지였는데, 대검은 약 1시간 만에 중앙지검의 부분 항소 방침을 승인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이 서해 사건 항소 문제에서 소극적으로 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나온 사건을 일부 혐의와 피고인만 선별해 항소하는 것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점은 검사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며 “외풍을 막아야 할 대검이 스스로 정권 눈치를 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항소 포기 때 대검의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과 반부패부장이 적극 관여했던 것과도 대조적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의 부분 항소로 피해 공무원이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소각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국정원과 국방부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현 국회의원), 서욱 전 국방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 5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등은 “(검찰의) 조작 기소”라며 사실상 항소 포기를 압박했는데, 이에 중앙지검은 부분 항소라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번 부분 항소는 사실상 항소 포기”라는 지적이 많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북한군에 의한 국민 피살 사건이 명예훼손 사건으로 둔갑했다”며 “항소심에서 명예훼손 혐의 유죄가 인정돼도 벌금형에 그칠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항소 포기’에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부분 항소를 계기로 향후 재판에 회부된 정부 고위 공직자나 여권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공소 취소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이에 반발한 검사장들에 대한 좌천 인사 등 일련의 조치가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공소 취소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고 했다.


한편 서해 사건 피해 공무원 유족은 7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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