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이어 예수님 생일까지
카페·식당 등 빌려 축하 파티
카페·식당 등 빌려 축하 파티
성탄절 당일인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예수님 생일 카페. /황채영 기자 |
지난달 25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엔 예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주문한 음료에는 ‘예수님 생신 축하드립니다’라는 영어 문구가 적힌 컵 홀더가 끼워져 있었다. 이른바 ‘예수님 생신 축하 파티’다. 카페를 메운 20·30대 손님 상당수는 종교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예수 모형의 등신대 앞에서 ‘셀카’를 찍느라 분주했다. 대학생 최연(20)씨는 “종교는 없지만 예수님 생일을 기념한다는 행사 취지가 흥미로워 카페를 찾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스타의 생일을 기념해 팬들이 카페를 빌려 축하하는 ‘생일 카페(생카)’ 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세종대왕이나 과학자 뉴턴, 아인슈타인 같은 역사 속 인물 생일까지 챙기는 ‘이색 생카’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다. 생카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아이돌 스타가 축하 대상이었다면 최근엔 배우·스포츠 스타는 물론 가상 만화 캐릭터와 역사적 인물로 확장되고 있다.
카페가 아닌 중국집이나 아쿠아리움 같은 공간을 빌려 생카를 여는 경우도 적잖다. 특정 검색어가 국가·지역별로 얼마나 검색되는지를 알려주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생일 카페’ 검색량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보다 약 4배 늘었다. 인스타그램에 ‘생일 카페’를 검색하면 5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오는데 오래전 세상을 떠난 위인들의 생일을 기념하는 인증샷도 많이 올라온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등 K콘텐츠가 세계로 확산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팬덤 문화가 대중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정태 문화 칼럼니스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에서 소비하던 취향을 오프라인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졌다”고 했다.
생카 문화가 확산하면서 ‘팬심(心)’을 악용한 상술도 성행하고 있다. 생일 카페를 한번 하려면 대관료와 준비비를 포함해 300만~4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행사 때 들어가는 음료·디저트 수익은 카페 몫이다. 그런데 최근 생카 파티가 자주 열리자 일부 업주가 손님에게 과도한 대관료를 요구하거나 매출을 강제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NCT 소속 가수 천러의 생일 카페에서는 천러가 팬들을 위해 선결제한 음료 비용을 카페 측이 정산 과정에서 누락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최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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