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업 넥슨, 10년간 625억 후원… 어린이 재활병원 전국 권역별 개원
지난달 28일 전남 넥슨 공공어린이재활치료센터에서 정광익(맨 왼쪽) 센터장이 아이와 함께 치료활동을 하고 있다./김영근 기자 |
“오죽하면 아주 고마운데 보답할 길이 없어 넥슨 주식을 샀겠습니까. 손해를 보면서도 특수 분유를 만들었다던 매일유업 창업주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는데, (게임 회사인) 넥슨이 우리에겐 그런 존재입니다.”
지난해 말 전남 목포시 석현동 전남권 넥슨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에서 만난 정무정(45)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씨 아들 희재(6)군은 태어나자마자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정씨 부부는 그간 아이를 데리고 서울 아산병원이나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광주까지 원정 치료를 다녀야 했다. 집과 가까운 곳에 어린이재활의료센터가 생긴 뒤에는 언어 치료를 주 1회에서 3회로 늘릴 수 있었고, 아이 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3일 전남 목포중앙병원에 전남권 최초의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개원한 이 센터는 20개 병상과 104종 170대의 최신 재활 장비를 갖췄다. 뇌성마비, 발달 지연, 유전 질환 등을 앓는 아이들이 입원이나 장거리 이동 없이 온종일 머물며 치료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전남 유일의 시설이다. 복도 천장에는 아이들이 보행 연습할 수 있는 레일이 마련됐고, 직접 입고 운동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도 갖췄다.
전남권 넥슨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 복도에 아이들이 보행연습을 할 수 있는 장비가 마련되어 있다./최아리 기자 |
아이들의 보행 연습을 돋기 위한 웨어러블 로봇/최아리 기자 |
백질연화증을 앓는 오아인(3) 양의 어머니 류재은(40)씨에게도 이곳은 기적 같은 공간이다. 무안에 사는 류씨는 “센터가 생기기 전에는 아이가 광주 병원에 가기 전날이면 토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새벽같이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아픈 아이가 칭얼대면 달랠 길이 없어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차로 15분이면 센터에 도착한다.
어린이재활의료센터 건립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목포중앙병원은 사업 반납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이때 구세주처럼 넥슨이 나타나 50억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정광익 센터장은 “전남은 소아 재활 인프라가 거의 없는 불모지였다”며 “아이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평생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릴 때 집 근처에서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어린이 재활 병원은 돈이 안 되는 사업이다. 성인 재활은 한 명의 치료사가 여러 환자를 동시에 볼 수 있지만, 어린이는 일대일 치료가 기본이다. 여기에 보호자 상담·교육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감각통합치료시설 모습/최아리 기자 |
넥슨은 2016년부터 이 사업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2016년 서울 마포에 문을 연 국내 최초 통합형 어린이재단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건립비 465억원 중 200억원을 넥슨이 기부했다. 2019년에는 ‘대전세종충남·넥슨 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100억원을 후원했다. 지난해 전남권 목포 센터 개원에 이어 올해 경남권 창원경상국립대병원에 ‘넥슨 어린이재활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전국 각지에 어린이 재활 의료 네트워크가 완성되는 셈이다.
전남권 넥슨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 전경/넥슨 제공 |
이 배경에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애정을 쏟아온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진심이 있다.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라면, 가장 아픈 아이들을 위한 인프라도 책임져야 한다는 철학이다. 넥슨과 넥슨재단이 지난 10여 년간 어린이 재활·돌봄 분야에 기부한 금액은 총 625억원에 달한다. 넥슨이 후원한 병원과 센터를 이용한 어린이와 가족은 지난해 8월 기준 약 71만명에 이른다.
2024년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최우수 선수를 차지한 수영 유망주 김윤지(20)양은 어린 시절부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과 푸르메스포츠센터에서 재활 치료를 받으며 꿈을 키웠다. 김양은 대회 우승 후 받은 상금 3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푸르메재단에 다시 기부했다.
[최아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