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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롱까지 서슴지 않는 혹평… ‘실험적’ 작품에 평가 박한 국내 시청자

조선일보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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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롱까지 서슴지 않는 혹평… ‘실험적’ 작품에 평가 박한 국내 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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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OTT 작품엔 평점·댓글 테러
“새로운 시도 의지 꺾게 해” 우려
영화 ‘대홍수’ 촬영 현장에서 주연 배우 김다미가 아이를 업고 달리고 있다./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촬영 현장에서 주연 배우 김다미가 아이를 업고 달리고 있다./넷플릭스


지난달 나온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로 물난리 대신 ‘말 난리’가 일었다. 영화 속 홍수처럼 일부 비평의 수준을 넘어선 과격한 혹평이 넘쳐난 것이다. 창작자에 대한 사이버 괴롭힘 수준의 글이 온라인상에 전시됐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 3’부터 영화 ‘84제곱미터’ ‘사마귀’ ‘대홍수’까지 OTT 작품을 둘러싼 도를 넘은 비방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홍수’는 인공지능에 재난 상황을 반복 학습시켜 인간 고유의 모성을 가지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디어가 신선하지만 SF에 모성애를 붙인 시도가 낯설고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망작’ 입소문이 나며 포화가 쏟아졌다. 두 달 먼저 공개돼 ‘수작’ 호평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보다 뜨거운 관심이었다. 네이버 영화 평점을 보면 ‘굿뉴스’(4030명)의 네 배에 가까운 1만5700여 명이 ‘대홍수’ 평점에 참여했고 그 어느 때보다 과격한 한 줄 평이 많았던 것이다. 작품을 만든 김병우 감독이 “댓글을 보지 않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업계에서도 이런 흐름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화 번역가 황석희가 소셜미디어에 ‘대홍수’ 관련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일 일인가 싶다, (꽤 볼 만한) 평작이 설 자리가 없다”며 “폭언의 대홍수”라는 문구와 함께 “인간적인 선”을 지키자고 해 주목받은 것이다. 여기에 “나도 신선하게 봤다” “비난이 과하다”는 시청자 목소리도 보태졌다.

OTT와 영화 업계에선 이를 관객 ‘모수’의 문제로 보고 있다. 극장 영화보다 OTT 영화 시청자의 범위가 넓다 보니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했을 때 극과 극의 평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평점만 보더라도 넷플릭스 영화 중 대중적이고 보기 편안한 작품일수록 점수가 높았다. 청춘 로맨스 영화 ‘고백의 역사’(9.52), 휴먼 드라마 ‘무도실무관’(9.00) 등이다. 반면, ‘대홍수’(4.19) ‘84제곱미터’(3.64) ‘사마귀’(3.59) ‘황야’(4.89) ‘계시록’(5.66) 등 낯선 장르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이 박한 평가를 받았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국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영화들이 넷플릭스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혹평을 받은 작품이 해외에선 호평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대홍수’는 넷플릭스 영어 작품과 비영어 작품을 합산해 가장 많이 시청된 영화에 2주 연속 오르기도 했다.

가장 대중적 플랫폼이 된 OTT가 실험보다 대중의 취향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도를 넘은 비판은 새로운 발전을 억누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감독 입장에선 평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젊은 감독일수록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실험적인 작품에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며 “제작비가 크면 후유증도 크기 때문에 발전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시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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