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 대통령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 최대 과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을 앞두고 북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의 협조를 최대한 받아내는 것이었다.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확실한 입장은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중국과) 함께 모색하겠다. 번영과 성장의 기본적 토대인 평화에 양국이 공동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글로벌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책임을 진다”고 말했을 뿐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한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뒤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한 한·중 양국의 공동인식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건설적 의지,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며 “양국은 북한과의 대화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창의적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만 했다. 위 실장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 입장 표명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한반도 평화안정을 논의하는 주제 아래 다양한 이슈가 다뤄졌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중-일 갈등 격화 등 국제정세의 불안정 속에 중국이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도 읽혔다. 시 주석이 이날 모두발언에서 “중한 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게 단적인 예다. 중국 외교부 보도자료를 보면, ‘전략적 선택’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이 나온다. 시 주석은 비공개 정상회담에서 “80여년 전 중·한은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막대한 국가적 희생을 치렀다”며 “오늘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수호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며 중-일 갈등에서 중국 편에 서줄 것을 에둘러 요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한국은 보호무역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며 미국의 일방주의와 글로벌 패권 회복 시도를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위 실장은 “정상 간 논의 과정에서 지역 정세라든가 주요 국제정세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서로 입장을 교환했다”며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대립적이거나 논쟁적이지 않고 서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대만 해협 문제도 거론됐다고 한다. 위 실장은 지난 2일 공개된 이 대통령의 중국 시시티브이 인터뷰와 비슷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수위의 발언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서도 ‘대북한 견제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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